매일신문

[사설] 대선 표심 흔들려는 내년 2월 베이징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

북한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 수뇌 상봉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협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남북 대화 재개는 나쁘지 않지만 김 부부장의 대남 유화 발언을 확대 해석하거나 낙관적 전망에 빠져서는 안 된다. 김 부부장은 남북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북 적대 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이 내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거나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자신들의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북한은 대남 강경 태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3자 또는 4자 종전 선언을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이 종전 선언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호응하고 나서자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고무돼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이 평창 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 번의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 또는 다른 방식으로 남북 정상의 이벤트가 벌어질 개연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북한 핵무기를 용인하면서 남북 정상 이벤트를 다시 벌이는 것은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행위다. 북한은 '핵무력 건설'을 위한 시간 벌기용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악용했다. 3차례나 되는 남북 정상의 이벤트 끝에 남은 것은 더 고도화된 북한 핵무기, 더 취약해진 국가 안보다. 더군다나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남북 정상 이벤트를 벌여 표심을 크게 흔들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은 종전 선언이나 정치적 의도가 뻔히 보이는 남북 정상회담이 아니라 북한 무력 도발에 대비하면서 북한 비핵화 해법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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