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1층. 거대한 숯 기둥이 관객을 압도하고, 그 옆엔 반쯤 타다 만 나무토막들이 설치돼 있다. 2층에 오르자 하얀 화면에 지극히 단순한 조형의 검정이 칠해졌거나 숯가루를 붙여 부조형식의 단순한 형태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우손갤러리가 펼쳐놓은 숯의 작가 혹은 검정 회화의 작가로 불리는 이배의 개인전 풍경이다. 2016년에 이어 우손갤러리에서 두 번째로 열린 이배의 전시로, 작가는 잘 알려진 재료인 '숯'을 이용한 대형 설치작품과 평면작품을 통해 마치 한지 위를 걸어 다니며 숯이 지닌 정화와 생명과 소멸을 생각하게 만든다.
동양적 철학을 바탕으로 전통적 소재와 한국 추상미술이 가진 특유의 절제된 조형미를 구사해온 이배는 어느 때보다 이번 전시에서 새삼 검정색을 독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한 가지색에 절대적 권위를 부여한 2차원 평면 회화뿐 아니라 3차원 조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미술 작가로서 검정에 천착하고 있는 이배의 예술적 관점은 기존의 단색 추상화의 보편성과는 달리 어떤 초월적 차원의 사유세계를 구축하기보다, 주재료인 숯의 물질성을 그대로 노출해 검정의 관능적 실체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숯의 원재료인 나무가 가진 본래의 관능적 이미지나 의미를 함축하는 은유를 중시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물성이 전환된 숯을 작업의 재료로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나무가 숯으로 변한 '물성의 치환'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이배에게 '물성의 치환'은 신비롭고 자극적이며 숯의 단면에서 드러나는 광택과 무광택이 어우러져 다른 빛을 발하며 외부 조명과 감상자의 움직임에 따라 그의 작품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실 검정은 모든 색을 받아들임으로써 모든 현실적 요소가 극도로 압축되고 축적돼 포화상태를 이룬다. 이배의 이러한 검정 회화는 이런 이유로 물질과 경험의 세계를 추구하며 환상주의의 종말과 함께 새로운 현실을 실현하는 또 다른 세계관이자 작가적 경험세계의 구축인 셈이다. 전시는 11월 19일(금)까지. 문의 053)427-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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