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10味 이야기] 못생겨도 맛은 좋은 그놈, 포항 아구탕 독보적

아구탕
서해는 '물텀벙' 경남에선 '물꽁'…천대 받던 녀석 이젠 별미로 등극
동해 아구 육질 쫄깃·궁물 담백, 감칠맛 나는 아구 간에 군침 절로

동해에서 주로 잡히는 황아귀.
동해에서 주로 잡히는 황아귀.

"못생겨도 맛은 좋다"라는 말이 있다. 아구(아귀)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경남 마산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전국적으로 통하는 아귀찜에 견주어 경북 포항의 향토 음식으로써 내밀어도 손색 없는 맛이 아구탕이다. 포항의 아구탕은 냉동이 아닌 생아구탕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생김새에 이름까지 흉측

아구를 서해안 지역에선 예전 '물텀벙'으로 불렀다. 납작한 머리와 몸통, 팔과 같이 생긴 가슴지느러미, 온몸에는 가시투성이에다 커다란 입, 날카로운 이빨까지 그 흉측한 몰골 때문에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물에 바로 던져버려 생겨난 말이다.

터부가 많은 어부들에겐 이름도 불교 경전에 나오는 굶주림과 목마름의 형벌을 받는 귀신의 이름인 아귀(餓鬼)로 불리는 생선이라 먹기는 커녕 잡기도 재수 없다고 했을 지도 모른다.

조선시대 후기 일부 고문헌에 영남지역에서 먹는 물고기 중 하나로 '속명 아귀어(餓鬼魚), 또 다른 이름은 수치(水雉, 물꿩)'가 기록돼 있다는것 빼고는 기록은 드물다는 것이 식품학계의 중론이다. 대중적이거나 일반적인 식용 물고기가 아니였다는 것이다.

이런 아구를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한 기록이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나타난다. 일본은 이미 17세기초 에도시대에 단순히 먹는 차원을 떠나 아구를 5대 진미 중의 하나인 고급어종으로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에 이주 해와 살던 일본인들도 일본에서 발달했던 아구의 간과 아가미 위 껍질 등 부위 별 요리에다 일본식 아구탕인 '안코나베'를 즐겼으리라.

이런 일본 식문화의 영향이었을까, 아니면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먹거리 부족 때문이었을까.
50, 60년대 이후 한국인들도 인천 지역에선 '물텀벙탕'이나 경남 지역에선 '물꽁탕'(물꿩탕, 국물이 꿩탕처럼 시원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이라는 이름으로 값싸고 영양가 높은 아구탕을 먹기 시작했다.

경북 포항의 30년 노포 강산식당의 아구탕. 이곳은 1인분 씩 내놓는데다 밑반찬이 깔끔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김대호 기자
경북 포항의 30년 노포 강산식당의 아구탕. 이곳은 1인분 씩 내놓는데다 밑반찬이 깔끔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김대호 기자

◆포항 아구탕 독보적인 이유

포항의 아구탕이 유명한 이유는 일단 심해성 어종인 아구의 서식 환경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해바다 아구는 뻘 속에서 생장하기 때문에 뻘냄새가 살 속에 남아 있어 같은 아구 종류라도 깔끔한 맛이 덜하다는 것이 포항 아구탕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반면 동해 쪽 아구는 바닥이 뻘이 아니라 모래와 암반지대가 많고 물이 차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우러난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아구 전문점을 하는 사람들도 가까운 서해 대신 동해안에서 아구가 가장 많이 나고 거래 되는 포항에서 좋은 물건을 골라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냉동 아구는 최고로 맛있는 부위로 서양의 푸아그라(거위나 오리의 간)에 비유되는 간이 해동과 더불어 녹아내려 으깨지고, 아구살 고유의 쫄깃한 맛이 사라진다. 진정한 아구전문점이라면 수육을 취급하는데 아구수육은 활아구나 생아구가 아닌 이상 수육 자체가 불가능하다.

포항지역 아구 어획량도 1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고 있다.

포항 도심은 물론 원조 격으로 거론되는 남구 장기면 양포항 부근 아구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식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하다. 30~40년 된 노포도 몇 곳 있는데 포털 검색을 통해 단번에 찾을 수 있다.

쫄깃한 아구의 속살, 시원한 궁물, 감칠맛 나는 아구의 간 등 제대로 맛본 포항 아구탕의 기억은 이후 보고 읽는 것 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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