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스마트 도시 인증을 대구 도약의 기회로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대구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스마트 도시' 인증을 획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수천, 국내에서만 최소 30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스마트 시티라 주장할 만큼 스마트 시티라는 표현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대구시는 법률에 따라 첫 번째 공식 인증을 받은 '스마트 도시'가 된 것이다. 스마트 도시로 인증받았다고 해서 당장 정부의 예산 지원과 같은 특별한 혜택이 부여되지 않기에 상징적 의미에 한정되지만, 오히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대구 도약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먼저 이번 인증을 대구의 새로운 '도시 거버넌스 구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스마트 도시 인증은 혁신성, 거버넌스 및 제도적 환경, 서비스 기술 및 인프라의 3대 분야를 중심으로 도시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 나가는지 평가한다. 10개 평가 항목에 걸쳐 도시 비전에 대한 평가와 함께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업무 분야별로 분리된 기존 조직 체계를 넘어서는 협력 ▷광역·기초 자치단체의 협력 ▷행정기관과 다양한 시민 조직의 협력과 그에 따른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 시티라는 대의에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실천하는지 모호한 것들이 많았는데, 스마트 도시 인증 평가 기준은 도시의 구성원들이 실천해야 할 세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 도시 인증 평가 기준에 맞춰 도시의 구성원들이 도시가 미래 지향할 가치를 도출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성원들 사이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상시적으로 성과와 활동을 평가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새로운 도시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대구가 '데이터 허브'로 도약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데이터의 중요성은 늘 강조돼 왔고, 특히 민간이 확보하기 어려운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 왔음에도 기업을 비롯한 민간에서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공공데이터의 생성, 관리, 활용이라는 전 과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도시 인증 체계는 수십 가지 각 분야별 지표를 중심으로 관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종류와 구체적인 관리 활동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체계에 맞춰 훈련하고, 지표에 맞춰 관리만 한다면 새로운 도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민간에 개방한다면 기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조직은 스마트 도시 인증 체계에 맞춰 데이터를 생성, 관리하고 공공 데이터와 민간 데이터와 융합, 통제된 환경에서 자유로운 이용, 다양한 실증을 통합한다면 세계적인 도시 데이터 허브로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구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 세계 수천 개의 도시가 올 한 해에만 100조 원 가까운 돈을 투입하여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만큼 스마트 시티에 대한 관심은 높다. 성공 사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최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시가 대구시에 스마트 시티 추진에 관한 도움을 요청했는데, 대구시의 국제표준화기구(ISO37106) 인증 획득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처럼 국가나 국제기구의 인증 획득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고, 도시 매력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좋은 기업과 우수한 인재가 많아서 도시 인지도가 높아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도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좋은 기업과 우수한 인재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수한 창업 인프라, 좋은 산업단지 같은 물리적 공간 혁신만큼 중요하게 스마트 도시 인증을 대구의 브랜드 가치와 도시 매력도를 높이는 기회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라는 단어의 매력과 맞물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가 스마트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공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보편적인 공감은 오히려 스마트 도시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어 수많은 혼란을 초래해 왔다. 그래서 대구시가 법률에 따른 옥석 가리기에서 명실상부한 '스마트 도시'가 된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스마트 도시 인증 획득을 대구 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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