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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대구 근대미술관 건립의 당위성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최근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해 국립 근대미술관 건립이 국내 미술계의 새로운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구에서도 이건희미술관 서울 건립 반대와 함께 근대미술관 유치를 위한 다각적인 검토가 진행 중이다. 근대미술관 건립에 대한 필요성은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미술계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근대미술관에 어떤 미술품을 수집해 채울 것이냐에 대한 고민에 다다르면 20세기 초반 근대미술의 태동기가 갖는 역사성, 주요 작품의 가치와 보존성 여부가 중요하게 대두된다.

우리나라 근대미술의 대표 장르인 서양화단의 형성은 1915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고희동을 필두로 1920년대 소수의 서양화 지망생 화가들에 의해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서울과 대구, 평양을 중심으로 펼쳐진 화단 활동은 한국 근대미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대구가 갖는 근대미술의 독창성은 전통미술과 신문화의 융합이 지역 예술인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나온다. 이상정과 이여성, 서동진 등 일본을 통해 서양미술을 익힌 서양화가들과 석재 서병오, 회산 박기돈 등 전통 서화가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어느 지역보다 자주적으로 근대미술의 수용이 이루어진 것은 대구만의 차별성이라 할 수 있다.

이인성과 이쾌대, 남관 등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고향이며 활동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는 점도 대구 근대미술의 강점이다. 계산성당과 교남YMCA, 무영당, 조양회관 역시 대구 근대미술의 공간적 특성이 주는 중요한 콘텐츠가 된다. 무엇보다 지역의 수많은 근대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대구에 근대미술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해답이 된다.

대구는 지난 10년 동안 대구미술관 개관 이후 지역 미술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세계적인 작가 초대전을 통해 지역민들의 정서 함양과 문화예술 창달의 주도적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더불어 국내 전통미술품의 보고이며, 한국 최초의 민간박물관인 간송미술관의 대구 분관을 성공적으로 유치함으로써 대구 미술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다져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구 근대미술을 아우르는 근대미술관이 함께 건립된다면 대구의 미술 환경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미술 문화도시로 새로운 자리매김을 해나갈 것이다.

대구시에서는 이건희미술관 건립을 위해 2천500억원의 문화예산을 책정한 바가 있다. 비록 이건희미술관 유치가 힘들어지더라도 국립 근대미술관 유치를 위한 새로운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문화정책이 정부로부터 또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대구시는 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열정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역미술인과 시민들의 관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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