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의 관심은 '화천대유'(火天大有)다. 화천대유는 주역에 나오는 말로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엔 '돈 많이 버세요'라는 인사로 인식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남시장 시절이었다. 성남시 대장동 땅을 '성남의 뜰'이라는 회사가 개발했다. 이 회사의 지분 7%를 가진 '화천대유'가 지금까지 배당금으로 4천억 원을 벌었다. 지분 50%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겨우(?) 1천830억 원을 배당받았을 뿐이다. 또 5필지 개발을 통해 4천500억 원의 추가 이익을 얻었다. 알 수 없는 이유들과 명백한 특혜로 민간 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도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만 보아도 국민의 눈에는 권력이 개입된 특혜 사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특혜의 최종 승인권자는 당시 인허가권을 쥐고 있던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이 도지사는 지난 14일에 본인이 이러한 사업 구조의 '설계자'라고 자랑했다. 의혹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국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사업은 망할 수가 없다. 관의 개입으로 인해 토지 매입, 인허가 등의 중대한 리스크가 줄어든다.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리스크가 주는 만큼 초과 이익은 늘어난다. 원래 주민에게 가야 할 혜택이다. 대장동 개발 당시 민간이 가져갈 이익을 6%로 제한한다는 폭리 제한 규정이 있었지만 적용되지 않은 것은 왜일까. 개발 이익을 공공 이익으로 환수하지 않고 특정한 개인들에게 막대한 부의 이익을 안겨준 자체가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화천대유는 그 시작부터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첫째,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적도 거의 없는 회사가 이 거대한 개발을 주도했다. 누군가가 밀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 둘째, 이 도지사가 설계한 비상식적인 배당 구조를 통해 사기업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었다. 셋째, 초호화 법조인들을 고문・자문으로 영입했다. 화천대유 스스로도 법적인 문제가 생길 것을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지금까지 나온 의구심을 정리해 보자.
▷화천대유는 사업 공고 일주일 전 갑자기 설립된 신생 업체다.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비상식적 초스피드 결정이다. ▷여러 의혹과 관련된 사람들 중 유독 성균관대 출신이 많다. 학연 커넥션이 의심된다. ▷1천200억 원을 배당받은 천화동인 1호 대표는 이 도지사의 최측근인 이화영 경기도 부지사의 보좌관 이한성이다. 이 도지사가 과연 몰랐을까.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에 공공임대주택 용지가 포함된 5개 블록의 개발을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는 왜 미국으로 도피했을까. ▷재벌가는 신생 업체에 왜 거액을 선뜻 빌려 주었을까. ▷대법관 출신인 권순일과 특검 박영수 등 법조인 10여 명을 고문・자문으로 둔 이유는 무엇인가. ▷경찰은 왜 5개월 동안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 조사를 뭉갰을까. ▷곽상도 국회의원 아들에게는 막대한 퇴직금을 주고 박영수 특검의 딸에게는 시세차익이 큰 아파트를 분양받게 해준 이유는 무엇일까. 비상식적인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곽 의원 아들이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라며 '이재명 게이트'를 주장하던 국민의힘은 당황하고 있다. 산재 보상금이라는 회사의 해명은 말이 안 된다. 대기업 사장도 부러워할 막대한 금액을 어떻게 퇴직금으로 지급했을까. 회사 총무팀에서 근무한 곽 의원의 아들은 자금의 흐름이나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 퇴직해서 회사의 일들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입막음용'이 아닐까. 만약을 대비해 회사가 비싼 거물 변호사들을 고용한 것과 비슷한 이유다. 또한 민정수석 출신인 곽 의원에게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곽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 요구까지 나오는 것이다.
마지막 당부다. 수사기관은 신속히 움직여라. 증거인멸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 시간이 없다. 어제 검찰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를 압수수색한 건 한참 늦긴 했지만 잘한 일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