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금력, 즉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다. 권력을 잡는 과정 뒤에는 늘 돈을 대는 사람이 있었다. 권력을 잡은 후에는 그 권력을 유지하는 데 또 돈이 들어간다. 이때 쓰는 돈은 주로 세금이어서 마치 화수분과 같다. 먹은 놈이 물 켠다는 속담처럼 일단 퍼 주고 나면 유권자들이 나 몰라라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권력과 돈은 부패의 다른 이름이다. 큰돈을 쓰는 사람은 분명히 뭔가 큰 대가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판교 대장지구 개발과 관련한 의혹이 대선 정국을 휘몰아친다. 이재명 후보가 민관 합동 개발을 통해 5천503억 원을 환수한 모범 사례로 자랑해 온 사업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라는 무협지에나 나올 이름으로 극소수 민간 투자자들의 배만 불렸다는 의혹에서 시작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법조인들이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수억 원씩을 받았다고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전 특검의 자제들도 몇 년 직원으로 일하고는 50억 원이라는 상상조차 힘든 퇴직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업 설계부터 이익금의 사용에 이르기까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돈의 흐름이 나타난 것은 합법을 가장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향후 발생 가능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보험을 든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경북대 로스쿨 교수를 지낸 신평 변호사는 과거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였다. 그는 조국흑서의 공동 저자들인 진중권, 김경률, 권경애 등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극심한 내로남불을 비판하며 돌아선 인물이다.
신 변호사는 지난달 26일, 과거 경북 북부의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공천을 이용해 수차례에 걸쳐 공천헌금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겸하면서 지방선거 때가 되면 광역·기초의회 의원은 물론, 자치단체장의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를 악용해 공천헌금을 받은 사람은 아마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솔직히 입 다물고 있어 그렇지 오히려 헌금을 요구받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국회의원 중 장관으로 지명된 사람은 인사청문회에서 단 한 사람도 낙마한 적이 없다.
임기 8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들이 쏟아져 내려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강원랜드는 사장, 부사장, 상임감사에 비상임이사까지 온통 강원랜드의 사업과는 무관한 여당 정치권 인사들로 채워졌다.
4월에 취임한 이삼걸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한 인물이다. 관광 레저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그는 2020년 기준 2억700만 원이 넘는 연봉에 액수를 알 수 없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기관장이 된 것이다. 1월에 취임한 심규호 부사장은 이광재, 심기준 전 민주당 의원 비서관 출신이며, 6월 취임한 김영수 상임감사는 국무총리실 공보실장과 국회 대변인을 지냈다. 4월에 임기를 시작한 이상진 비상임이사는 민주당 강원도당 부위원장 출신이다.
에너지 공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억9천여만 원의 연봉을 받는 한국동서발전의 신임 상임감사 자리에는 김상철 전 백운규 장관 정책보좌관이 낙하산을 탔다. 기자협회보 기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의 홍보수석실 행정관과 노무현재단 사료연구센터 본부장을 거친 그가 발전사의 상임감사란다.
그뿐인가.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 정경수 한전원자력연료 감사, 정성학 한전 KDN 감사, 김경수 석탄공사 감사 등이 모두 캠코더 인사이고, 비상임 이사는 너무 많아 거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들 중 에너지와 관련한 경력을 가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3년 임기의 자리에 내려간 이들은 정권교체가 이루어져도 막대한 연봉과 성과급, 인센티브를 받으며 계속 재직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권력이 만들어 낸 부패의 유형 중 하나다.
정치의 계절에 대선 캠프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선출된 권력 주변에서 한자리하려는 욕망과 함께 낙하산 떡고물이라도 먹고 싶은 사람들일 게다. 그들 중 상당수도 앞으로 공천 장사나 낙하산 인사로 지탄을 받을 것이다. 언제까지 국민이 권력 주변에서 세금을 뜯어먹고 사는 기생충들을 보고 살아야 하는가. 누가 되든 차기 대통령은 권력과 돈이 결합된 부패부터 청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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