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38) 씨는 최근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려다 마음을 접었다. 이번에 구매를 신청하면 내년이나 되어야 받을 수 있다는 자동차 판매사원의 말 때문이었다. 정씨는 "전기차 가격이 만만찮아도 보조금이 나오니까 구매해볼까 생각했는데 내년에나 받을 수 있다면 보조금을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가솔린 차량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지원하는 전기자동차 보조금이 아직 남아있지만 전기차 수급이 원활치 않은 탓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다. 자칫 차량 인도 시점에 보조금이 소진된다면 고가의 차량 구매 비용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위험이 있는 데다 해마다 보조금이 조금씩 줄어드는 등 구매 이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9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은 승용차 약 100대를 지원할 수 있는 분량이 남아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보조금이 소진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8월에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EV6'가 지난 3월 31일 사전예약 첫날부터 2만 대가 넘는 예약이 이뤄지면서 인기를 끈 덕분에, 올해를 석 달 남겨둔 상황에서 보조금 소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전기차의 수급은 원활하지 않아 자칫 보조금을 생각하고 구매를 결정한 사람들이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EV6의 경우 지금 구매 계약을 맺어도 차량 인도는 내년 초를 넘겨야 받을 수 있다.
한 자동차 영업사원은 "지금 반도체 수급 문제 때문에 가솔린 차량도 기본 3개월 이상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상황이고 전기자동차는 구매 수요가 늘면서 올해 생산 계획 물량이 이미 다 팔려 생산 라인에 여력이 없다"며 "전기자동차는 당장 받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자칫 차량을 인도하는 시점에 보조금이 떨어지면 5천만원이 넘는 구매 금액을 모두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 이에 보조금이 모두 소진된 타 시·도의 전기차 구매자들이 보조금이 남아있는 대구에 차량을 등록해 보조금을 받아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보조금 액수가 줄어드는 것도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요소다. 대구시 관계자에 따르면 환경부 지침 상 전기차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보조금을 조금씩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잡고 있다. 따라서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은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구시의 전기차 보조금은 승용차 기준으로 시비가 최대 450만원이고, 여기에 국비를 더하면 1천250만~1천450만원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도 보조금이 지급되는 시기가 2~3월 사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만약 전기차 구매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예약을 해 놓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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