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007 '노 타임 투 다이'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한 장면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한 장면

007 영화가 내년이면 60주년, 환갑을 맞는다.

원작자 이언 플레밍이 '카지노 로열'을 쓰고 자메이카에서 휴식하면서 읽은 책이 '서인도제도의 새'였으며, 이 책의 저자가 미국인 조류학자 제임스 본드였다. 그 이름을 빌려 1962년 '007 살인번호'에 처음 등장시킨 것이 영국 외무부 소속 5급 공무원 '007'이었다. 이때 본드의 나이가 40세. 60년이 지났으니 제임스 본드 또한 현재 100세를 맞는 셈이다.

시리즈 총 25편에 2편의 번외판, 본드 역의 배우만 6명이었다. 3대 로저 무어는 2017년, 1대 숀 코너리는 2020년 둘 다 90세에 세상을 떠났다.

007 영화 25번째 작품 '007 노 타임 투 다이'(감독 캐리 후쿠나가)가 이번 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했다. 지난해 4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개봉을 연기한 끝에 드디어 관객에게 선을 보인 것이다.

이번 작품은 007의 코드명을 버리고 영국 정보부(MI6)를 떠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본드가 운명의 적인 사핀(라미 말렉)의 등장으로 마지막 미션을 수행한다는 스토리다. 사상 최고액인 2억 5천만 달러(약 2천96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노 타임 투 다이'는 6대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007 카지노 로얄'(2006)부터 역대 최장인 15년의 본드역을 마감하는 것이다.

007 영화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변화 지점이 있었다. 가장 큰 것이 제임스 본드의 성격이 변한 것이다. 당초 제임스 본드는 남성 중심의 권위적인 캐릭터였다. 마초적인 바람둥이로 본드걸은 이런 본드의 성적 취향을 위한 보조 역할이었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한 장면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한 장면

숀 코너리와 로저 무어는 이런 제임스 본드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 배우들이었다. 이들이 출연할 때만 해도 영화는 본드와 본드걸의 내면보다 볼거리 위주의 첩보물이었다. 거대한 크기의 스펙터클 액션에만 치중했고,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액션 장면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다양한 신무기와 비밀병기가 동원되고, 설정 또한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았다.

4대 본드인 티모시 달튼이 등장하면서 인간미 있는 제임스 본드에, 상황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도록 했지만 결과적으로 관객의 기대와 너무 먼 2류 첩보물로 전락했다는 반응을 받았다. 사랑에 빠져 눈물을 흘리는 제임스 본드에게 누가 살인면허증을 발급했는가라는 비판까지 들었다.

5대 피어스 브로스넌은 007 영화의 본성과 시대의 변화라는 두 가지 흐름을 잘 줄타기했지만, 외적으로 화려한 액션의 '미션 임파서블',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은 신세대 첩보물 '본 시리즈'의 도전으로 시리즈 중단의 위기까지 맞았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한 장면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한 장면

4년간의 휴지기를 거쳐 등장한 것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다. 2006년 '카지노 로얄'(감독 마틴 캠벨)에서 시작해 '퀀텀 오브 솔라스'(2008), '스카이폴'(2012), '스펙터'(2015)를 거쳐 '노 타임 투 다이'까지 이어졌다.

다니엘 크레이그에 이르러 이전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는 모두 벗었다. 물론 멋진 남성성은 유지했지만, 여성을 소모하던 마초성은 완전히 없어졌다. 오히려 '카지노 로얄'에서 남친과 본드 둘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린드(에바 그린)와의 애틋한 연정은 시리즈 내내 이어졌다.

액션 또한 '미션 임파서블'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이고 타격감이 넘치는 액션을 펼쳐 관객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또 MI6 내부의 배신, 상관인 M(주디 덴치)과의 갈등 등을 새로 넣어 플롯을 다채롭게 구성해 성공적인 변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한 장면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한 장면

'노 타임 투 다이'는 007 영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작품이다. '굿바이 제임스 본드'가 될 수도 있고, 월트 디즈니가 제작 중인 흑인 인어공주처럼 유색인종 배우가 제임스 본드를 맡을 수도 있다.

'본드'와 '본드걸'은 60년간 이어져온, 남성성과 여성성을 대표하는 상징이면서 이미지였다. 그러나 이제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노 타임 투 다이'의 촬영장에서는 더 이상 '본드걸'이라고 하지 않고 대신 '본드 우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장 놀라운 것이 '노 타임 투 다이' 이후 007영화의 주인공이 여성이 될 수 있다는 추측이다. 제임스 본드가 여성이 된다는 것인데, 그래서 본드가 여성이 되면 '제인 본드'가 되는 거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본드걸은 어떻게 되는 것이지? '본드 보이'가 되나?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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