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치유와 농업의 위대한 만남, 치유농업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리나라에 치유농업이 공식적인 데뷔를 했다. 올 3월 25일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이 본격 시행되었고, 4월 6일 농촌진흥청에서는 치유농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치유농업추진단이 출범했다. 현재 전국에서 총 11개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이 지정돼 교육을 실시 중이며, 11월 20일 국내 최초로 치유농업사 2급 자격시험이 실시된다.

우리나라에서 치유농업이 이제 막 출발하였기에 치유농업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치유농업'은 농촌·농업 자원이나 활동을 통해 국민의 건강 증진, 유지,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치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치료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치료는 의사가 병을 고치려고 하는 행위를 말하고, 치유는 자기 스스로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병의 원인을 낫게 하는 활동을 말한다. 치료는 질병을 가진 환자가 대상이고 전문가에게 위임될 수 있으며, 치료 받는 특정 기간의 개념이다. 반면 치유는 우리 모두가 대상이고 위임될 수 없으며, 자신이 일생 동안 지속하는 평생 과정의 개념이다.

디지털 시대가 현대인들에게 신생활문화를 선물했지만 더불어 건강의 적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스트레스는 최근에 가장 큰 화두이다.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질병뿐 아니라 신체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만병의 근원이다. 이렇듯, 21세기 현대인들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다.

하버드 의과대학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교수는 "병원을 찾는 환자의 25%만이 약물치료, 수술 등 현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고, 나머지 75%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 자가 치유력을 높이면 나을 수 있는 환자들이다. 심지어 현대의학의 치료가 필요한 25%의 환자에게조차도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 자가 치유력을 높이면 더 큰 의학적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고층의 콘크리트 빌딩과 아파트, 딱딱한 아스팔트, 자동차 소음의 회색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녹색 자연환경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기에 현대인들은 본능적으로 녹색에 메말라 있는 '녹색 갈증'이 있다고 한다. '녹색 갈증' 상태에서 인간은 많은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고, 우울해지면서 공격적이 되며, 각종 질병에 취약하게 된다. 인간은 자연 및 생물체와 함께할 때 '녹색 갈증'을 해소하고 '자연 치유력'이 회복돼 질병은 자연히 치유되고, 정신적·신체적으로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스트레스 병동 같은 현대 사회에서 치유와 농업의 만남, 치유농업은 운명적 만남을 넘어 위대한 만남이다. 농촌의 녹색환경과 농업의 녹색활동을 통해 잃어버린 집단무의식적 본능인 '녹색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치유농업'은 현대인의 '녹색 갈증'을 해결할 수 있고, 스트레스와 건강관리를 넘는 '전인 치유'의 길이다.

치유농업은 농촌의 자연환경을 만나 교감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해준다. 치유농업은 식물, 동물과 함께하면서 서로 교감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해준다. 치유농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된 치유'를 깨닫게 해준다. 치유농업은 가뭄에 단비 같은 희망의 백신이다.

치유농업은 스트레스로 건강의 위협을 받는 우리에게 '치유혁명'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치유농업의 출발을 응원하며,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국민들에게 희망의 치유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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