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의 2차 컷오프(10월 8일)를 일주일여 앞두고 대선주자들의 잦은 방문으로 동대구역 문턱이 닳을 지경이다. 이번주에만 예비후보 8명 중 5명이 대구경북(TK)행 열차에 몸을 싣었다. 2차 컷오프에서는 1차 때보다 당원들의 표심 영향이 더욱 커지는 만큼 당심(黨心) 공략을 통한 막판 뒤집기·굳히기를 노리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2강(윤석열·홍준표), 1중(유승민), 5약(원희룡·최재형·황교안·하태경·안상수) 구도로 잡힌 국민의힘 경선판에서 TK를 방문하는 각 후보의 의중은 명확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지지를 굳히려는 윤 후보에 맞서 전국 지지율을 등에 업은 홍 후보가 텃밭 표심 되돌리기에 나섰고, 추격자 유 후보는 TK에서 배신자 프레임을 돌파해야 한다. 나머지 후보들은 TK 표심을 사로잡아야만 '4강 초대장'을 확보할 수 있다.
◆'尹 쏠림' TK, 뒤집으려는 洪·劉
한동안 TK에서 굳건한 1위를 유지해온 윤석열 예비후보가 '화천대유' 의혹으로 촉발된 각종 네거티브 방어에 주력하는 사이, 선두권 경쟁자인 홍준표 후보(대구 수성구을)와 두 사람을 맹추격 중인 유승민 후보는 TK 당원들의 바닥 민심을 훑는 강행군에 돌입하며 윤 후보에 쏠려있는 표심 뒤집기에 나선 모양새다.
홍 후보는 29일 오전 경북 상주를 시작으로 영주, 안동을 돌며 표심을 공략했고, 30일에는 대구에 머물면서 각 당협위원회와 칠성시장을 찾아간다.
홍 후보는 외연 확장성을 강조하며 "이제 산토끼를 잡아뒀으니 집토끼 민심을 되돌려놓겠다"고 여러 차례 작심하듯 말했었다.

홍 후보는 이날 경북 상주 당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통적 선거 전략은 집토끼를 잡아놓고 산토끼를 잡으러 가는 건데, (나는) 지난 4년 동안 거꾸로 20·30·40대와 호남에 주력해왔다"며 "그래서 지금 산토끼는 잡았는데, 집토끼를 다시 잡는 절차를 오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앞으로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화천대유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선 날선 견제구도 날렸다.
홍 후보는 "원래 검찰총장은 그런 대형 비리는 다 보고받는데, 본인이 안 받았다고 잡아떼서 더 묻지 않았는데 어제 저녁에 로또처럼 이상한 거래가 하나 터졌다"며 "지금 전직 검찰총장(윤석열)도 있고, 관할 수원지검장도 있었고 (관련된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 않나. 우리 당 누구라도 걸려들면 용서 안 한다"고 했다.
지난 27일 대구 각 당원협의회를 돌며 간담회를 했던 유승민 후보는 30일 재차 대구를 찾는다. 9월에만 네 번째 대구를 찾는 셈인데, 수 차례 강행군을 통한 '읍소 전략'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연관된 '배신자 프레임'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30일 유 후보의 일정은 대부분 지역 노인회 방문으로 채워졌다. TK 60대 이상은 탄핵 직전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지금은 윤석열 후보의 핵심 지지층으로 평가받는다. 문자 그대로 프레임을 정면에서 돌파해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는 앞서 지난 27일 방문에서도 "TK 시도민들께서 서운한 감정을 풀어주실 때까지 오겠다"며 "여야 대선주자 가운데 대구에서 태어나 학교를 나오고, 정치를 한 후보는 저밖에 없기 때문에 TK의 지지를 못 얻으면 후보가 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도민들이 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풀어주신다면 정권교체의 열망을 꼭 풀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TK 잡아야 '4위' 간다"
윤석열·홍준표·유승민 후보에 이어 네 번째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도 앞다퉈 TK 방문 일정을 확정하며 신발끈을 꽉 묶었다.
먼저 원희룡 후보가 29일 대구를 찾아 국민의힘 영남대캠퍼스 총회에 참석, 당원들을 만났다. 원 후보의 최근 스케줄에도 TK 방문 일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대해 원 후보는 "마음같아선 더 일찍, 자주, 많은 분들과 가슴을 터놓고 우리나라의 미래와 정권교체에 대한 민심을 듣고 싶다"며 "민심을 잘 담아 표현하고, 민심이 명령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정치인의 기본 도리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황교안 후보 역시 대구를 찾아 서문시장과 각 당원협의회를 돌며 당원 표심을 공략했다. 특히 그는 동대구역에 도착해 큰 환영 인파를 만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후보는 대구 북구갑 당원협의회 간담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누가 대한민국을 살릴 사람인지 잘 판단하시리라고 생각한다"며 "대구는 민주화 성지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시간 될 때마다 방문하려고 노력했는데, 오늘 또 왔고 대구에서 새 힘을 받아 꼭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최재형 후보는 30일부터 아예 1박2일 일정을 잡아 대구에 머물 예정이다. 이 기간 언론사를 돌며 간담회를 가지는 한편, 서문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수성못 등지를 돌며 밑바닥 민심을 훑는 강행군을 예고했다. 이어 다음달 1일에는 아침일찍 팔공산 비로봉 정상을 등반한다.
지난 14일 캠프 해체를 선언한 최재형 후보는 이후 상속세 폐지 공약과 낙태 반대 시위 참여 등 우클릭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TK 시도민의 반감이 심한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 관해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막판 지역 당원들의 표심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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