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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지면으로 익히는 글쓰기] 수필- (2)두 줄로 시작하는 글 쓰기

장호병 수필가
장호병 수필가

무언가 써야 하겠는데 시작을 못 하겠다는, 두어 줄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게 없다는 사람들에게 희소식! 학문적 글쓰기가 서론, 본론, 결론의 3단 구성이라면 문학적 글쓰기는 대부분의 경우 깨달음에서 출발하는 기승전결의 4단 구성을 취한다. 문학적 글쓰기에서는 결론에 이미 반전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태산이 높다 해도 하늘 아래 뫼이로다"

양사언의 시조를 이처럼 역으로 읽어도 결론(반전 포함)을 먼저 밝히는 것일 뿐, 뜻이 거의 훼손되지 않는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두 마디, 기(起)와 결(結)은 글의 주제다. 표현이 다를 뿐, 같은 뜻으로 수미상응한다.

자, 어디 한번 시작해 보자. 일단 간절하게 말하고 싶은 두 개의 문장을 만든다. 한 문장은 서두, 즉 전제(a=b)로 남은 하나는 결론(A=B)으로 사용한다. 서두와 결론은 서로 자리를 바꾸거나 단락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글쓴이의 역량은 서두와 결론 사이에 놓일 승(承)에서 나온다. 전개 요소를 SUCCESS에서 찾아본다.

익숙함에서 벗어난(strange) 관점으로 세상을 읽고, 엉뚱한(unexpected) 생각으로 해석의 여지를 넓힌다. 신뢰할 수 있게(credible) 구체적으로(concrete), 감정이입(emotional)이 가능한 이야기(story)로 간단명료하게(simple) 구성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대상을 읽고, 치밀하게 해석고리를 만들라는 뜻이다.

스티브 세슨은 코닥의 기술자로 필름이 무엇이냐는 어린이들의 질문에 '세상을 담는 그릇'이라고 답했다. 후일 그릇은 필름에서 파일로 바뀌어 디지털 카메라가 탄생했다.

아내의 생일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남편이 출근길에 말했다. "여보, 미안하오. 백만원이오. 저녁에 봅시다." 봉투 속에는 충무공(100원 주화)과 세종대왕(지폐) 뿐. 10100원이 1000000원으로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 아침의 썰렁함에서 벗어났다.

문학적 글쓰기는 정답이 아니라 해법 또는 명답이 좋다. 말이 안 되는 것을 말이 되게 하는 기지는 지친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일본 사과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아오모리 지방을 태풍이 휩쓸고 간 적이 있다. 수확을 앞둔 시점에서 날벼락을 맞은 과수업자들이 하고 싶었던 말, "도산은 피하자", "달린 사과라도 비싼 값으로 팔자"였다. 고객을 찾으니 수험생이었다. 떨어지지 않는 사과로 스토리텔링을 입혀 여느 해보다 큰 수익을 올렸다.

삶은 달걀에서는 'Life is an egg'로 낯설게 읽음으로써 비가시적인 삶의 이치를 계란에서 찾는다. '남이 깨면 후라이, 스스로 깨면 생명' 혹은 껍질을 깨야 한다는 의미에서 '환골탈태'를 끌어올 수도 있다.

수필쓰기는 인간 삶을 진지하게 궁구하고 해석하려는 노력이다.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의미를 생성한다. 이 의미가 무시무시한 힘으로 독자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자, 내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단 두 줄로 써 보자. 그 두 줄 사이에 놓일 SUCCESS 요소는 당신에게 즐거운 고민이자, 삶의 활력이 될 것이다.

장호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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