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샤넬 가격 또 오른다고?" MZ세대는 또 이 줄에 섰다

대구신세계에서 명품 구매를 위해
대구신세계에서 명품 구매를 위해 '오픈런' 하고 있는 고객들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 29일 오전 10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해외 유명 브랜드 대기장소에는 백화점 개점 30분을 앞두고 3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샤넬의 가격 인상 소문에 먼저 번호표를 뽑으려 대기하는 사람들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추석 이후 샤넬 지갑의 가격이 오를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가격이 비싼데도 구매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신모(31) 씨는 "쇼핑을 1년에 한 번밖에 하지 않을 정도로 꾸미는 일에 관심이 적다"면서도 "이왕 제대로 된 것 사자는 마음과 나중에도 제값 주고 팔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사러 왔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명품 가격이 자주 오르고 있지만 MZ로 불리는 2030세대들의 명품 사랑은 끊이질 않고 있다. 백화점 한 직원은 "예전처럼 VIP 고객만 명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요즘엔 코로나19로 여행 한 번 안 가고 명품 산다는 젊은 고객들의 방문이 많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명품 업체들이 수차례 가격을 올리는 현상은 명품 업계 사이에선 보편화됐다. 샤넬은 올해 11월 초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소비자들이 해외 판매자로부터 가격 인상 소식을 들으면서 이 같은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 2월, 7월, 9월에 이어 올해만 4번째 인상이다. 지난 인상 때 가격이 오르지 않은 지갑류가 인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전 인상 때 샤넬은 주요 핸드백, 코스메틱 케이스 등 일부 제품 가격을 6~36% 올렸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가격이 인상되면 다른 명품들도 줄이어 인상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루이비통도 올해 들어 5번 가격을 올렸다. 에르메스도 올해 1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한차례 올렸다. 프라다, 디올, 버버리, 까르띠에, 셀린느 등도 기습적으로 가격이 올랐다.

리셀 시장(새 제품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시장)도 덩달아 과열되고 있다. 샤넬은 리셀 시장에서 특히 수익률이 높은 명품 브랜드다. 일례로, '2.55 라지 플랩 백'은 2018년 726만원이었지만 2021년 기준 1천49만원이다. 3년새 44.5% 오른 것이다.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은 2018년 628만원이었지만 2021년 971만원에 이른다. 54.6% 상승률이다.

소비자들은 명품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 불만감을 내비치면서도 지금이라도 사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명품 업계 측은 제작비·원재료의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장인들의 업무 어려움 등 각기 이유를 대며 인상을 해와서다. 명품 소비자 사이에서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모(29) 씨는 "3~4달치의 월급을 지불하면서까지 사는 이유는 희소한 데다, 언젠가 되팔면 일정 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19 탓에 명품 시장이 위축됐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선 선전하고 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의 한국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33%, 16% 증가했다. 샤넬 한국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4.4%로 오히려 늘었다. 업계에선 미국·유럽에서 부족한 실적을 한국 등 아시아에서 채우기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물량을 아시아 쪽으로 보낸다는 말도 있다.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명품 가격 인상'에 대해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으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것", "물량이라도 좀 풀렸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명품에 대한 과수요는 203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에루샤'가 입점된 대구신세계에 따르면, 올해 이곳 백화점에서 2030세대의 명품 매출 소비 비중은 50% 정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2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덩달아 대구신세계 올해 매출도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여, 대구신세계가 2016년 개점한 이후 최고 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김민정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고소득자가 명품을 구매한다'는 건 현재엔 맞지 않다. MZ세대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싶을 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명품 소비"라며 "일단 사놓고도 '샤테크(샤넬+재테크)' 등 투자로 언제든 되팔 수 있다는 심리가 현재 한국 명품 소비시장의 패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샤넬 로고
샤넬 로고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