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환수 프로의 골프 오디세이 <68>신체 조건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 운동

골프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정확한 연습 방법을 알고 그 다음 반복적인 연마가 필요하다.
골프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정확한 연습 방법을 알고 그 다음 반복적인 연마가 필요하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입문 시기와 상관없이 실력에서 큰 편차를 드러낸다. 골프를 시작한 기간이 몇 개월 지나지 않았는데도 '신동'(?) 이라는 상찬을 들을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뽐내는 골퍼가 있다. 반면 1년 이상 경과에도 정확한 볼 히팅조차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골퍼는 프로들의 스윙 동작과 흡사할 정도로 시원하게 아크를 그리는 자세를 갖췄는데도 정작 볼 앞에선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히팅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아마 스포츠는 대부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실력이 늘고 즐길 수 있으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반면 골프는 입문 기간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 다소 특이한 스포츠다. 대다수 입문 골퍼들이 오랜 기간 수많은 고민 속에 방황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가끔 월등한 기량을 뽐내는 입문 골퍼를 발견하는 필자는 그들에게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먼저 뛰어난 신체적 능력과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육체적 능력이 비교우위에 있을 때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실력이 나은 게 상식이다. 그러나 골프는 신체적 비교우위에 있는 골퍼가 기량 면에서 월등하게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상식이 성립하지 않는 운동이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신체적으로 열세인 골퍼들은 자신의 기량을 믿기보다 체계적인 이론이나 테크닉에 몰입, 정확한 이론체계를 습득하는데 열중한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또 이들은 다양한 경로로 노출되는 이론이나 연습 방법에 주목하지 않고 전문적인 프로의 의견을 매우 중시하는 성향을 보여준다. 또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지 않고 일정한 기간 필드나 스크린에 출전하고 싶은 유혹을 참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실력을 발휘하는 골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 연습한다. 이들은 연습장에서 자신의 스윙에 지대한 관심을 지니고 한 샷 한 샷을 진중하고 탐구적으로 몰입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빈 스윙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나타난다. 틈만 나면 빈 스윙으로 자신의 스윙 모션을 익혀가는 습관을 발견할 수 있다. 더욱이 부분적인 소근육, 즉 팔뚝이나 손가락, 발가락 등 소홀하기 쉬운 작은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결국 열등한 신체를 지닌 골퍼는 외관적으로 피지컬이 탁월한 이들이 소홀한 다양한 신체 근육을 단련해 골프 스윙의 정석을 실천한다.

다소 엉뚱한 얘기지만 필자는 현재 골프를 즐기거나 더 나은 실력을 연마하기 위해 노력하는 골퍼들을 '골프 업종에서 살아남은 자'로 표현하곤 한다. 이유는 그동안 많은 이들이 골프에 입문한 뒤 소리 소문 없이 자신의 클럽을 중고채 시장에 헐값으로 넘긴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골프를 중도 하차한 이들의 가장 큰 변명 중 하나가 '나하곤 맞지 않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맞지 않는다는 표현을 정확하게 해석하면 자신이 날려 보낸 골프공이 기대하는 방향과 거리로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들이 포기한 골프의 스윙을 살펴보면 거의 대다수 클럽이 볼을 내리칠 때 임팩트가 생겨나지 않고 볼을 때려 맞추기에 급급하다. 자만심이 넘쳐 기술로만 골프를 이해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골프를 즐기는 이들은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살아남아 생존한 결실임을 자평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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