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접종자 '접종 유인 vs 차별'?…백신패스 도입 논란

미접종자 다중이용시설 이용 불이익 가능성 대두…시민들 의견 분분
미접종자 패널티 "필요한 수단" vs "개인 자유 무시"

29일 대구 북구의 한 내과의원 백신 냉동고에
29일 대구 북구의 한 내과의원 백신 냉동고에 '코로나19' 백신의 유효기간이 표기돼 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오접종 사례가 잇따르자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 주입을 방지하기 위해 각 접종기관에 '백신의 종류 및 유효기간' 안내문을 대기실 또는 접종실에 반드시 게시하라고 공지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방안으로 '백신패스(접종 증명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패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 시 공공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을 출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백신 미접종자는 유전자증폭(PCR)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정부 방침을 찬성하는 사람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다양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접종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사회 정상화 위해 필요" vs "개인 사정·입장 무시 처사"

정부의 백신패스 운영 방안에 찬성하는 측은 정부가 백신 접종을 꾸준히 독려해왔음에도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이 지지부진한 만큼 현행보다 강력한 접종 유인책으로 백신패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 중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최모(48) 씨는 "지금까지 백신접종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왔지만 국민 중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은 여전히 50%를 못 넘기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영업 피해가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만으론 한계가 있고 미접종자가 접종할 수 있도록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3살 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강모(41) 씨는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어디서 감염이 되진 않을지 늘 조마조마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접종률이 올라가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정책에는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코로나19 위험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미접종자에겐 그만큼 합당한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하지만 미접종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의 백신패스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주로 1차 접종 후 부작용을 경험해 2차 접종을 망설이는 젊은 층과 건강 문제로 백신 접종을 피해왔던 기저질환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지난달 모더나 1차 접종을 마친 후 고열과 구토 등의 부작용을 겪었다는 직장인 오모(28) 씨는 "부작용이 생겨도 결국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데 접종률을 올린답시고 미접종자의 여러 사정들을 무시한 채 패널티를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개인 건강의 문제로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가정주부 A(50) 씨는 "미접종자도 PCR 음성 검사지를 제출하면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검사 결과로 인정되는 유효 기간이 짧다면 수시로 검사를 받으러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급하게 어디 갈 일이 생겼을 때 유효한 음성 검사지가 없어서 용무를 보지 못하는 등 생활에 큰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백신패스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30일 오후 2시 기준 1만8천138명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한 백신패스 자체는 환영하지만 미접종자 패널티가 되레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방경섭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북구지부 지회장은 "젊은 층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미접종자 시설 이용에 패널티가 가해진다면 젊은 층이 자주 가는 시내 중심가나 대학가에 있는 식당은 오히려 더 손님이 끊길 수도 있다"며 "적절한 시기를 고려해 도입이 이뤄졌으면 좋겠고, 백신 접종완료자 포함 시 식당에 모일 수 있는 인원 수를 더 많이 늘려주는 식의 인센티브 방식도 정부가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의 백신패스 도입을 두고 사회 각계 전문가들은 "실제 도입 전까지 관련 부처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검토해야 한다"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조홍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적으로 봤을 때 맞지 않다"며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람은 소수인데 그 소수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의 공적시설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과잉 금지의 원칙에 반해 헌법상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접종자들 사이에서 감염 비율이나 중증화 비율도 높기 때문에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하는 조치이며, 미접종자를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접종률을 높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며 "보통 의료기관에서 3일 내의 검사를 유효하다고 인정하듯 PCR 음성 검사 유효기간도 그 정도 기간 내에서 인정해 주면 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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