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형만 싣고 달리는 '청라버스'…한달 이용객 고작 57명

대구 중구 골목투어 청라버스 극심한 불황…작년 이용객 953명, 2019년 5천173명 대비 81.5%↓
버스 정류장 확대했지만 관광지와 동 떨어져 불편함 가중
중구청 내년 노선 변경 및 확대 추진…"관광객 유도해볼 것"

30일 오후 대구 중구 도심 유명 관광지와 재래시장을 투어하는 청라버스가 탑승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0일 오후 대구 중구 도심 유명 관광지와 재래시장을 투어하는 청라버스가 탑승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0일 오후 1시 50분쯤 찾은 대구 중구 향촌문화관 건너편 관광버스 정류소. 서문시장, 김광석 거리 등 중구 도심 유명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도심순환 투어버스인 '청라버스' 1대가 서 있었다. 오후 2시에 차량 운행이 시작되지만 버스에 오르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향촌문화관을 시작해 서문시장–청라언덕-김광석 거리-동성로를 45분 간 순환하지만 버스가 출발지로 도착할 때까지 이용객은 전무했고 관광코스를 안내하는 버스 내 화면 소리만 울려퍼졌다.

버스 운전기사 A씨는 "코로나19 이후 빈 버스만 운행한다. 그나마 금요일과 주말엔 이용객들이 있지만 2~3명에 불과하다. 청라버스가 처음 도입되고 관광객이 많았을 땐 신나서 일을 했지만 매일 빈 버스만 운행하려니 시간도 잘 가지 않고 무료하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가 운영하는 골목투어 버스인 '청라버스'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이용객이 전무한 데다 버스 코스마저 관광지와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매일 빈 버스만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라버스 이용객은 총 953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5천173명 대비 81.5%나 감소했다. 올 8월까지 탑승객 역시 총 342명으로 특히 올해는 한 달 이용객이 운행을 중단한 1월과 6월을 제외하고 평균 57명에 그친다.

이용객이 급감하자 중구청은 소소한 이벤트와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차량 내에 곰 인형까지 배치하기도 했지만 관광객의 발걸음 자체가 줄어들면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코로나19와 별개로 청라버스 불황은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9년 중구보건소, 삼성상회 터, 서문시장 제5지구, 중부소방서 등으로 노선을 변경 및 확대했지만 주위에 관광지가 없거나 동떨어져 있어서 오히려 더 불편함만 가중 됐다는 것이다.

또 중구보건소 등으로의 노선 확대가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이뤄졌지만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등 시민 이용에 큰 매력이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8월 청라버스를 이용한 주부 B씨는 "관광을 하면 맨 먼저 볼거리를 즐기고 마지막에 시장이나 음식점에 들러 쇼핑을 하고 술 한잔을 하고 돌아오는데 청라버스는 시작점부터 서문시장이 덜컥 나오니 쇼핑 뒤 짐을 들고 여행을 하는 구조가 돼 불편하다"며 "서문시장 정류장 역시 시장 뒤편에 위치해 있어 주말에 교통난이 심해 도로에서 시간을 버려야하고 '여기가 대구의 대표 시장이구나' 하는 느낌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중구청은 내년 1월 청라버스 일부 노선 변경과 확대를 추진 중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현재 서문시장 정류장 위치를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인근으로 바꾸고 김광석 거리 인근 '봉리단길' 근처에 새로운 정류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동선 역시 현재 중구보건소에서 김광석거리로 향하는 코스를 뒤집어 김광석 거리부터 시작해 서문시장에서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바꿔볼 계획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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