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실명 나오나…여야 '정영학 녹취록' 바짝 긴장

내용에 따라 여야 중 한 쪽은 치명타 불가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사건 전담팀이 29일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 및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이날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의 청담동 소재 회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된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벽면에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관련 내용의 패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에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 관계자들이 대장동 게이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녹취파일들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자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녹취파일에 여야를 막론 정치인과 그 가족 또는 측근의 실명이 등장할 경우 빼도 박도 못하는 신세에서 대장동 의혹에 쏠린 국민적 공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녹취 파일에 담긴 내용에 따라 대장동 의혹을 두고 사생결단식 공방을 벌이고 있는 여야의 정치적 명운도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치열한 대선국면에서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수사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최근 정 회계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면서 녹취파일 19개를 제출받았다.

해당 녹취파일에는 정 회계사가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파일에는 김씨 등이 배당금 4천40억원과 아파트 분양수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한 내용과 10억원대의 자금을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나눠서 전달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선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배후의 실소유주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녹취파일에 담겨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녹취파일이 이번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줄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공개될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각종 설과 정치적 공방만 난무하는 현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 녹취파일에 들어있으니까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나서며 수사의지를 보이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도 "살아 있는 권력이 장악한 수사기관이 내놓는 결과로는 진실을 원하는 국민들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며 야당의 특검수사·국정조사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여당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곽상도 무소속 의원(대구 중남구)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으로 잡은 정국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울러 녹취파일 내용이 공개되면서 전세가 뒤집히지나 않을지 긴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의 보도들이 나오면서 정치권을 뒤흔들지나 않을지 걱정"이라며 "차분하게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정치권의 시선을 의식한 듯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사건과 관련해 여야, 신분,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엄정히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