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무줄처럼 바뀌는 백신 접종 간격, 국민은 열불 난다

정부가 접종 대상자의 사전 동의도 없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1·2차 접종 간격을 줄여 큰 혼선을 빚고 있다. 국민들의 일정과 개인 사정을 배려하지 않고 보건 당국이 접종 날짜를 일방적으로 바꾸면서 국민 불편이 이만저만하지 않고 접종 위탁 의료기관도 혼란을 겪고 있다. 오는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의 방역 체계 전환을 위해서 접종 간격을 당겼다는데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런 식의 일방통행은 곤란하다.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기존 6주에서 4주·5주로 갑작스럽게 바꿨다. 이 과정에서 접종 대상자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으며 국민비서를 통한 통보조차 않았다. 이번에 접종 간격이 앞당겨진 18~49세 대상자가 무려 1천72만 명이라고 한다. 정부가 백신 접종 간격을 고무줄처럼 당겼다 늘였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신 수급 불안이 생기면 간격을 늘렸다가 물량이 들어오면 간격 줄이기를 두 달 사이에 3번 되풀이했다.

정부는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접종 간격을 바꾸면 그만인지 모르나 예정된 접종 간격에 맞춰 휴가·업무·출장 등 일정을 짜놓은 국민들로서는 난감하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접종 날짜가 당겨진 사실을 몰랐다가 앱을 통해 뒤늦게 확인하고는 접종 위탁 의료기관에 문의를 했지만 전화가 불통인 사례도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백신 접종 위탁 의료기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어느덧 7개월이 지났는데도 이런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 금지 등 규제를 하도 많이 해 오다 보니 국민들을 정부의 상명하달식 방역 정책에 군말 없이 따르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오락가락 방역 정책은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다. 국민 신뢰와 협조 없이는 단계적 일상 회복도 성공할 수 없다. 이 점을 정부는 뼈아프게 반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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