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은 그대로인데 기념식에 오라니 이런 폭력이 어딨습니까.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책임자 처벌도 없는데 추악한 정치쇼가 아닙니까."
3년 전 목숨을 잃은 마린온(상륙기동헬기) 사고의 일부 유가족들이 1일 포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과 헬기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위령탑 참배 추모 행사를 거부했다.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책임자에 대한 어떠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마린온은 지난 2018년 7월 17일 포항비행장에서 시험비행에 나서 당일 오후 4시 46분쯤 이륙한 뒤 곧바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였던 김정일 대령, 노동환 중령, 김진화 상사, 김세영 중사, 박재우 병장 등 5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위령탑은 약 반년이 넘은 지난 2019년 3월 16일 해병대 제1사단 내에 지어졌다.
이날 추모식에 고(故) 김정일 대령의 장인, 고 노동환 중령 부친, 고 김진화 상사 부친, 고 김세영 중사 모친 등이 참석했으나, 박재우 병장(사고 당시 상병)의 유가족은 참석을 거부했다.
고 박재우 병장의 작은 아버지인 박영진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런 쇼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영진 변호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린 조카의 장례식에 청와대는 직원들과 영화를 보는 등 다른 이유로 오지 않았다. 몇몇 정부 관계자들이 늦게 찾아와 체면치레 정도만 했다"며 "목숨을 앗아간 저 쓰레기같은 헬기가 지금도 떠다니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겠냐"고 울분을 털어놓았다.
유가족들은 2년 전인 2019년에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요청을 받았으나 "희생자들의 49재도 끝나지 않았는데 진상규명도 하지 않고 사건을 덮으려 한다"며 거부한 바 있다.

사고 이틀 후인 7월 19일 유가족들은 헬기 제조사 대표이던 김조원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당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등을 살인 및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관리상 과실과 결함이 있는 헬기를 해병대에 공급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검찰이 김 전 민정수석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유가족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앞서 민관군합동조사위원회는 지난 2018년 12월 21일 마린온 추락 원인을 "로터마스트(헬기와 회전 날개를 잇는 부품)의 파손으로 주날개 부분이 떨어져 나간 사고"로 밝혔다.
그러나 당시 계약상 제약으로 검사 방법에 한계가 있었다는 근거를 토대로 검찰은 제조사와 군 당국 모두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해당 제조사의 부품은 여전히 마린온 헬기에 쓰이고 있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국내 대형로펌으로부터 제조사와의 합의 제안이 들어왔다. 그 다리를 놓은게 놀랍게도 당시 해병대 장군이었던 사람이었다. 항고도 받아주지 않는 검찰과 책임 축소에 급급한 군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고 했다.
그 이후 3년이 지났지만, 당시 사고로 책임은커녕 견책 등 경징계를 받은 관련자가 한명도 없다. 순직한 장병들에게 주어진 1계급 진급과 보국훈장 추서가 유가족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보상이다.
현재까지 유가족들은 꾸준히 진상규명을 위한 공정한 조사위 운영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박영진 변호사는 "시신을 봤는데 불에 타 육안으로 구분이 불가능해 DNA검사까지 했다. 그 참담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안다면 이런 행태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아직까지도 모든게 불투명하다. 이번 정권에서 사건 진상이 밝혀지리라는 기대를 접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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