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댓글 한 줄로 '빨간줄'…사이버 모욕죄·명예훼손 매년 증가

비대면 활동 늘며 사이버 모욕죄·명예훼손도 3년간 ↑
'표현의 자유 위축' vs '처벌 강화 필요'
과잉범죄화 우려도… 사안에 따라 부분적 처벌 강화 필요해

악플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악플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A씨는 전 여자친구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남긴 댓글 하나로 전과자가 됐다. 전 여자친구 B씨가 올린 글에 "너 전 남친이랑 몰래 연락했던 게 이맘때쯤인가"라는 댓글을 단 게 화근이었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인정돼 A씨는 올해 5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A씨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연히 사실을 드러내어 B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C씨는 대학교 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자신의 학과 동기 D씨에 대해 험담했다. 그러던 어느 날 C씨는 경찰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했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알고 보니 단톡방에 있던 회원 중 한 명이 D씨에게 단톡방 내용을 보여주며 C씨의 험담 사실을 알린 것이었다. C씨는 D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후에야 고소 취하를 받을 수 있었다.

최근 SNS 등 온라인 소통 문화의 발달과 권리 의식 향상 등으로 사이버 모욕죄와 명예훼손 신고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 내 사이버 모욕죄 및 명예훼손 발생 건수는 2018년 739건에서 2019년 771건으로, 지난해는 813건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범죄는 경찰청의 전국 통계에서도 2018~2020년 사이 1만5천926건에서 1만9천388건으로 늘었다.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문제가 되는 발언이나 표현이 구체적인 인물을 향해야 하고(특정성), 그 발언이 다수 앞에서 이뤄지며(공연성), 명예를 훼손할 만한 추상적 사실이나 가치판단을 표시(모욕적 행위)해야 한다. 이때 모욕적 행위가 추상적 사실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할 경우 명예훼손이 된다.

특히 이 요건들 중 '공연성'이 성립될 수 있는 가상공간 활동이 확대됨에 따라 사이버 상 모욕죄 및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장을 주고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선 감정 표출에 대한 자제력이 떨어지고, 가상공간에서의 법 구성요건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홍관 변호사는 "1대1 개인톡방에서 제3자를 모욕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피해자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고소할 경우 그 자체로 전파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되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회사원 윤모(49) 씨는 "인터넷 상에서 고소고발 얘기가 많은 탓에 뉴스에 의견을 하나 적는 것도 망설이게 된다"며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합당한 비판이나 공익적 제보까지 움츠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배모(24) 씨는 "내 또래 아이돌이 악플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있고, 자영업자들이 배달 플랫폼의 악성 리뷰로 힘들어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며 "가해자들은 벌금만 내면 끝이지만 피해자가 받은 상처는 아물지 않기에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혐의 적용은 전과자 과잉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으로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지훈 변호사는 "상대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을 가지고 고의적·지속적으로 이뤄진 모욕죄나 명예훼손이라면 형량 강화가 맞지만 단발성 사안까지 처벌 강화 일변도로 간다면 전과자가 양산될 수 있다"며 "수사 단계에서부터 각 사례에 따라 법 해석과 적용 등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