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번에도 '역술, 무속'…대선판 사로잡은 '미신 논쟁'

과거 역대 대선에도 역술인 '카더라'부터 선친 묘소 이장까지
'손바닥 王자, 부적 선거' 논란 尹→'판표'서 '준표'로 개명한 洪 저격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세 차례 TV토론회에서 임금을 뜻하는 한자 '왕'자가 그려진 윤 전 총장의 손바닥을 캡처한 사진이 나돌았다. 지난 1일 MBN 주최로 열린 5차 TV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이 홍준표 의원과의 1대1 주도권 토론에서 손을 흔드는 제스쳐를 하면서 손바닥에 적힌 '왕'자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윤 후보 측은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지자들이 토론이 있을 때마다 응원한다는 뜻에서 손바닥에 적어주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려 나왔다가 어색한 해명을 이어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역술가 도움으로 개명한 홍준표 의원을 겨냥해 맞불을 놨다. 이번 대선판에도 무속·역술 프레임이 어김없이 등장한 모습이다.

윤 전 검찰총장은 최근 국민의힘 대권주자 TV 토론에서 손바닥에 '왕'자가 그려져 있던 것을 두고 "지지자가 응원의 뜻에서 손바닥에 적어줬다"고 해명했다.

이에 여야 경쟁자들이 '무속 논쟁'에 불을 지폈다.

홍 의원은 3일 SNS에서 윤 전 총장을 "무속 대통령"이라 부르며 "이제 '부적 선거'는 포기하길 바란다.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는 유치한 행동"이라고 맹공했다.

윤석열 캠프도 이를 가만 두고보지 않았다. 윤석열 캠프 김기흥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현재 (홍 의원) 이름을 역술인이 지어준 것은 잊었느냐. 본인의 개명이야말로 주술적"이라고 반격했다.

홍 의원의 출생 당시 이름은 홍이표로, 그가 다섯살 때 홍역을 심하게 앓았을 때 무당이 굿을 한 뒤 살아나서 어머니가 무당한테 팔았다는 뜻으로 홍판표(洪判杓)로 고쳤다고 알려졌다.

이후 그가 청주지검 초임검사 시절 윤영오 청주지법원장에게 "판사도 아닌데 이름 중간자가 '판'인 것은 맞지 않다"며 개명을 권유받았다.

이후 검찰청 소년 선도위원이었던 역술가 류화수 씨가 '판'과 뜻이 같은 '준(準)'이 중간 이름으로 들어간 '홍준표'라는 이름을 제안해 이대로 개명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29일 경북 상주 당협을 찾아 지역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29일 경북 상주 당협을 찾아 지역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을 공격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 불리던 최순실(현 최서원) 씨까지 소환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손바닥과 '임금 왕'자가 주술적 의미라는 의혹이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향수냐"라고 논평했다.

지난 2017년 최순실 씨가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이미지와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힌 일을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점심 식사를 하던 자리에 역실인인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이 동석하기도 했다.

노 소장은 이후 윤 전 총장에 대해 "원래 정치할 사주는 아니었다. 부인을 만나서 정치하는 사주로 바뀌었다"며 "사주에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약점을 커버하는 게 부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정국을 흔드는 대장동 의혹 핵심 업체 '화천대유'와 그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도 주역 괘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보니, 야권에서는 이를 놓고 이 지사를 맹공하고 이 지사측은 '국힘 게이트'라 역공한다.

역대 대선에서도 역술에 근거한 예언이나 점괘, '카더라'가 나돈 게 일상다반사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압승이 예견되던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두고 역술가들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판이 흔들리고 결국 정동영이 당선된다'고 예언하기도 했다.

기독교 신자인 이명박 후보 캠프 주변에서도 역술가들 점괘를 들어 이 후보 당선을 예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7대(1971년), 제13대(1987년), 제14대(1992년) 대선에서 내리 패배한 뒤 4번째 대권 도전을 앞둔 1995년 부모 묘소를 이장했다. 3년 뒤 15대 대선에서 당선됐고 이후 정치권에서는 풍수를 활용한 '이장' 바람이 불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모두 3번이나 이장했지만 결국 대선에서 전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인천 순회합동연설회 및 2차 슈퍼위크 행사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인천 순회합동연설회 및 2차 슈퍼위크 행사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 2020년 5월 26일 부모 묘소를 이장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전남 영광군에 부모 묘소를 뒀다. 이에 영광군은 해당 토지가 묘지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이라며 과태료를 부과하고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현행법을 지키려 부득이 이장했다고 이 전 대표 측은 밝혔으나, 당시 야권 유력 대권주자였다 보니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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