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39> 구미 금리단길 ‘그림책산책’

이웃과 연대…그림책으로 긍정 씨앗 뿌려요
코로나 맞서 주변 상인과 '지역문화운동'

구미의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구미의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그림책 산책'. 김태진 기자

주소로는 분명 구미 '원남로'라고 했다. 책방을 찾아 가까이 갈수록 금오산도 가까워졌다. 금오산이 정말이지 코앞이구나 싶어 고개를 젖히자 들숨에 청명한 삼림향이 밀려온다. 운이 좋으면 현월봉 정상석까지 보인다 할 만큼 금오산은 구미 도심 가까이 있었다. 그리고 구미시민들은 이곳을 원남로라고 부르기보다는 서울의 경리단길 못지않다는 의미에서 '금리단길'이라 불렀다.

금리단길은 도심재생구역으로 지정돼 한창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접근성이 좋은 1층은 아이디어로 무장한 카페나 식당으로 변신한 것이었다. 그림책방 '그림책산책'도 1년 전 금리단길 중심으로 옮겨 와 눈길을 잡는 곳이다.

'그림책산책'은 2018년 10월 1일 구미도서관 인근 건물 지하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책방 이름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모임 이름에서 왔다. 책방지기 하정민 씨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리는 공간"이라고 이곳을 소개했다.

구미의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구미의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그림책 산책'. 김태진 기자

책방을 둘러보니 그림책은 기본이었고 그림책 작가들이 쓴 에세이도 눈에 띈다. 황유진 작가의 '너는 나의 그림책', 권윤덕 작가의 '나의 작은 화판', 심지어 문예지 릿터도 보인다. 자세히 보니 '나, 요즘 그림책 읽어'라는 커버스토리의 2020년 8/9월호다. 그림책방 책방지기들에게는 희귀템인 듯했다.

하 씨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연대의 힘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특히나 자영업자 모두를 무릎 꿇린 '통곡의 벽'이라는 코로나 시국이다. 주변 상인들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이벤트는 물론, 그림책을 함께 공부하며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적잖다는 것이다.

하 씨는 "그림책을 공부하는 이들과 함께 그림책이 갖고 있는 긍정과 행복의 씨앗을 퍼트리는 중"이라며 "그림책 버스킹, 공방과 함께 하는 지역문화운동 등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어디서든 고수가 나타난다. 능력을 숨기고 있다가 적시에 발휘하는 이들이 있다"며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는다고 했다. 이미 금리단길 주민들에게서 그런 저력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랑한 산책길'이라는 로컬잡지도 발간했고 또 엮어낼 참이라고 했다.

구미의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구미의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그림책 산책'. 김태진 기자

그림책방에 들른 차에 가을에 어울리는 그림책 한 권을 추천받았다. 가을을 타는 이들에게 그는 '사라지는 것들'이라는 그림책을 권했다.

"가을은 올해 뭐했지, 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열심히 뭔가를 한 건 같은데 막상 돌아보면 한 게 없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사라지는 건 없다."

오전 11시~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토요일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쉰다. 늦여름과 초가을의 전환기에 책방과 가까운 금오천 산책길을 걸어보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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