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기율표가 너~무 아름다워!"라고 말했다가 가족으로부터 쏟아지는 핀잔을 들었다. 가만히 주기율표를 보고 있으면 원자들이 하나씩 튀어나와 서로 짝을 지어 춤을 추며 사랑을 나누다가 어느새 싸워서 토라지는 모습이 상상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구성성분을 깔끔하게 정리해 둔 것이 주기율표다. 즉 그 표의 원자들이 만나 세상의 모든 물질을 구성하고 있다.
향수와 명품가방은 무척 좋지만 화학은 싫다는 사람이 주변에 참 많다. 그런데 화학을 살짝 깨물어보면 새콤한 색다른 맛이 난다. 요즘 화학은 예전같지 않아 뭔가 색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에너지의 원천인 화학
'에네르기'라는 단어가 있다. 도서관 구석에서 아주 오래된 과학책을 뒤적이다가 이 단어를 발견했을 때 느낌이 이상했다. 책장을 넘기며 가만히 보다보니 이것이 요즘 우리가 쓰는 '에너지(Energy)'라는 단어의 옛 버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에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이 말하며 사는 시대다. 그렇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에너지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제대로된 설명을 듣기 힘들다. 백과사전 정의로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에너지라고 한다. 이런 추상적인 개념을 넘어서 에너지가 파워를 발휘하여 힘을 내고 무언가를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것은 화학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자동차가 굴러가기 위해서 휘발유나 디젤 또는 전기가 필요하다. 자동차 엔진에서 휘발유와 디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폭발하는 힘을 만들면 이것을 이용해 자동차 바퀴가 굴러간다. 그리고 전기자동차의 경우에 전기가 충전된 밧데리에서 전기화학반응으로 전자들이 튀어나와 모터를 돌려 자동차가 움직인다. 그래서 이들을 에너지원이라 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팔다리를 움직이고 머리로 생각하기 위해서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포도당이다. 그러니까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말이다.
'포도당(葡萄糖)'이라고 말할 때 '포도(葡萄)'라는 과일이 연상된다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왜냐하면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잘 익은 포도의 단맛을 내는 성분이 포도당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한자 문화권에서는 이 물질을 포도당이라고 하지만 전 세계적인 통용어로는 '글루코스(Glucose)'다. 우리가 매일 식사시간에 각종 맛난 음식들을 씹어서 먹으면 위와 장에서 아주 잘게 분해하여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글루코스를 흡수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사람과 식물의 대화는 화학언어로!
식물이 음악을 듣고 반응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음악소리를 들려주면 춤을 추듯 잎사귀를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는 무초라는 식물이 있고 심지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과 싫어하는 음악을 구분하는 식물도 있다.
호박이 시끄러운 락 음악이 나오는 방향은 피하고 클래식음악이 나오는 방향 쪽으로 줄기를 뻗는다는 것이 1968년에 도로시 레탈락에 의해 보고된 이래로 식물과 음악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오고 있다. 심지어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댄 칼슨은 식물이 더 잘 자라도록 해주는 음악(Sonic bloom)을 개발하여 1983년에 특허를 내기도 했다.
또다른 신기한 것도 있다. 사람이 식물에게 나쁜 말을 계속해주면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시들지만, 사랑의 좋은 말을 해주면 더 잘 자란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드러났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와 같은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어서 믿을 수 있을까 라는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
곤충이나 다른 동물이 나무를 해치면 특정 화학물질을 공기 중으로 내뿜어 옆에 있는 다른 나무들에게 위험을 알린다. 그러니까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다른 식물과 대화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메틸자스몬네이트(MeJA)'와 같은 화학물질을 '화학언어'라 한다.
농촌진흥청은 사람이 내뿜는 기체 화학물질에 식물이 반응하는 현상을 포착하였으며 사람과 식물이 교감할 수 있다고 2020년 10월에 밝혔다. 이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사람과 식물 사이의 화학물질을 이용한 교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결과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농촌진흥청 연구팀은 식물에게 사람의 입김을 처리하여 식물이 화학언어 물질을 얼마나 내뿜는지 조사하였다. 연구결과 일반 사람의 입김보다 식물을 해친 사람의 입김을 처리했을 때 메틸자스몬네이트라는 화학언어 물질이 23 퍼센트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니까 식물은 식물을 해친 사람을 알아보고 이 위험을 알리기 위해 화학언어 물질을 많이 내뿜는다는 것이다.
◆사랑의 속삭임은 페로몬으로!
'페로몬 향수'를 뿌리면 이성을 진짜로 유혹할 수 있을까? 동물이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뿌리는 페르몬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이 '페로몬'은 곤충들이 서로 간에 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이다. 개미나 흰개미가 맛있는 먹이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른 개미들이 길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길 위에 뿌리는 물질이 페로몬(길잡이 페로몬)이다. 그리고 동물이 자신의 짝을 찾을 때 암컷이 수컷에게 사랑의 신호를 보내기 위해 뿌리는 화학물질이 성페로몬이다. 사실 페로몬은 여러 종류가 있어서 이것을 이용한 의사소통은 같은 종의 곤충이나 동물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화학원소와 주기율표
세상만물은 다양한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럽에서 17세기 연금술이 성행하던 시대를 지나 19세기에 이르러 그 원소들의 실체가 보다 분명히 드러났다. 러시아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당시에 알려져 있던 화학 원소들과 관련된 일정한 규칙을 찾아 표로 정리해서 1869년에 발표했는데 이것이 주기율표의 시초였다. 멘델레예프는 당시에 63개의 원소를 정리하여 표로 만들었는데 그 이후 원소들이 계속 추가로 발견되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주기율표에는 총 118개의 원소가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중 26개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합성해 만든 인공 원소들이다.
보통 화학이라고 하면 화학물질을 떠올리며 무미건조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주변 생물체와 대화하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과 같은 놀라운 기능을 하는 것도 화학이다. 또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단맛을 느끼는 것과 맥주를 한 잔 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바로 화학의 작용이다. 최근 첨단과학이 신기한 나노물질과 이를 이용한 기능성 첨단제품을 만들어가고 있어서 앞으로 더욱 신기한 화학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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