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지향한다는 뜻에서인지 대구가 외치는 구호에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가 있다. 걸맞은 한글 낱말이 없는지, 찾지 못했는지 알 수 없지만 굳이 영어로 돼 있어 사전을 보니 대략 '색깔 있는 대구'쯤 되리라. 낯선 사람이 듣거나 보면 정말 대구는 '형형색색'(形形色色)의 '찬란한' 도시인 줄 착각하고 오해할 만하다.
물론 건물 겉이나 야간 조명은 그럴지 모르지만 대구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흔히 한 사회를 구분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로 나눠 살피듯 대구를 보면 여러 색깔은커녕 단조롭기만 하다. 검고 흰 흑백(黑白)처럼 겨우 한두 가지면 대구 색은 충분하다. 물론 흑백도 색(色)이다.
먼저 정치! 대구의 황량함을 가장 잘 드러낸다. 대구에 뭔 정치가 있느냐고 할 정도로 황폐하다. 한때 보수에서 진보까지 그 사이 세력도 숨 쉴 틈쯤은 있었다. 그런 정치색이 사라진 지 오래여서 아득하다. 마치 고독성(高毒性) 농약 살포로 벌레가 사라지자 옥토(沃土)에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이 덮친 척박한 들판 같다.
그런데 문제는 대구의 정치 지형이 나라의 정치 흐름이나 색깔 변화와 달리 어느 때부터 멈춰 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는 오늘날 대구의 걱정인 뒷걸음질하는 지역 경제, 전국 꼴찌 경제 지표, 젊은이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구조와도 통한다. 이런 사정이니 대구의 사회, 문화 등 뭇 분야 역시 활력이 떨어지고 경쟁력마저 잃고 있다.
너무 한쪽으로 쏠린 탓에 지역발전을 위한 정치 균형의 복원력을 갖추기 어렵게 됐고 달라진 정치 환경에 적응할 수 없으니 정부의 예산 배정과 인사 등에서 소외되는, 섬에 갇힌 꼴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구 예산 증가율이 전국 6개 광역시에서 가장 낮고 평균 예산 증가율은 꼴찌라는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의 분석은 좋은 사례다.
대구는 박근혜 정부 끝인 2017년 3조1천584억 원에서 2022년 3조6천17억 원(정부안)으로 14% 늘었다. 인천은 같은 기간 2조4천685억 원에서 4조3천929억 원으로 78%, 1조8천282억 원이던 광주시는 72% 증가한 3조1천457억 원이었다. 대전도 같은 기간 46% 불었다. 연평균 예산 증가율은 대구는 2.8%로, 정부 평균 예산 증가율(8.6%)과 같은 부산, 비슷한 대전(7.9%), 두 자릿수의 인천(12.3%) 광주(12.3%) 울산(10.1%)에 한참 뒤졌다. 돈 말고 정부 인사에서도 비슷한 자료는 여럿 나왔다.
이는 대구의 자업자득이다. 그런데 대구의 꼴이 이러면 지방정부라도 변해야 될 터인데 그렇지 못하고 되레 반대이다. 특히 대구시나 산하 기관·단체 인사를 보면 그렇다. 적임자를 찾아 온 나라를 뒤질 판에 겨우 하는 꼴이 선거 때 쓴 인물쯤 고른다. 부모 나쁜 뒷모습만 본 자식처럼, 특정 연고자만 쓴다고 탓하는 정부를 꼭 닮았다.
250만 시민 경제공동체가 마치 동네 구멍가게인 양, 온갖 부류가 어울린 사회공동체를 선거공동체로 착각하는 듯하다. 게다가 이를 침묵하는 대구의 특유한 '끼리끼리' 행태도 고약하다. 그냥 두면 대구는 희망이 없다. 대구 사람에게 내년 3월 대선도 관심이지만, 6월 대구시장을 비롯한 지방단체장 선거, 아들 퇴직금 50억 원 논란으로 지난 2일 사퇴한 곽상도 무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잃으면 내년 3월 9일 후임을 뽑을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중요한 까닭이다. 내년은 대구의 물감을 섞을 호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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