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일부 지역아동센터가 저소득층이나 결손가정 청소년들의 급식비를 부풀려 '제 뱃속'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일신문이 포항지역 64개 아동센터에 급식을 제공하는 업체를 찾아 취재한 결과 일부 아동센터가 인원수를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매달 최소 100만원 이상의 급식비를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아동센터는 학교가 끝난 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끼니도 챙겨주는 곳이다.
하지만 일부 포항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보조금을 개인적으로 챙겼다.
이들 지역아동센터는 등록된 학생수를 포항시에 알리면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는 한 시에서 급식비를 입금해준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 센터는 급식납품업체에 시에 등록 신고한 아이 수 만큼 식사를 주문한다. 여기에는 결석 등 센터를 방문하지 않은 아이도 포함된다. 그러고나서 실제로는 방문한 아동 수만큼 급식을 받고 그 차액을 챙기는 방식이다.
한 급식업체의 경우 A지역아동센터에 한달에 실제로는 출석한 아동들을 위한 500개(250만원 상당) 가량의 도시락을 납품했지만 영수증은 등록된 아동 수 만큼의 350여만원으로 끊었다. 이후 부가세 등을 제한 뒤 100여만원을 지역아동센터에 현금으로 되돌려줬다.
또 기업 및 자생단체 등이 무료 급식 봉사할 경우에도 아동센터는 급식업체에 거짓 주문을 해 돈을 돌려받기도 했다.
아이들이 먹은 급식과 주문 사이에서 남은 차익금을 센터 명의 혹은 센터장 통장으로 받는데,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센터장이 (납품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기 때문에 납품업체는 이를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관리감독 기관의 허술한 틈을 타 급식비가 '포항시-아동센터-급식납품업체-아동센터계좌'로 이어지며 개인 잇속만 챙겨주고 있는 꼴이 됐다.
여기에다 이달부터는 1인당 한끼 급식비가 5천원에서 6천원으로 올라, 불법을 저지르는 센터장의 배를 더 불릴 전망이다.
한 급식업체 대표는 "(취재에 응해)엄청난 불이익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면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그 돈이 제대로 쓰이길 바란다"고 했다.
포항지역아동센터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급식비 문제가 확인된다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다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선량하게 열심히 일하는 여러 센터장에게 피해가 갈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급식비가 남아서 포항시로 되돌아오는 경우는 없다. 모두 지원센터에서 소진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업체에서 센터로 들어간 돈의 행방을 가늠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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