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쯤 대구 중구 동성로 한 민영주차장. 차량이 들어와야 할 공간에 전동킥보드 5대가 무단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도 전동킥보드가 무단으로 주차되어 있어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있었다. 주차장 관리인 A씨는 두 손으로 끙끙대며 킥보드들을 인도 한쪽에 옮겼다. A씨는 "누가 타다가 놔뒀는지도 모르고, 매번 옮기는 게 일이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전동킥보드 이용의 증가로 무단 주차문제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이 크게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교통약자들은 무단으로 주차된 전동킥보드로 인해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29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총 9개 업체가 약 6천900대의 전동킥보드를 대여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5천500여대가 대여되고 있었던 걸 고려하면, 5달 만에 약 1천400대가 늘었다.
킥보드 수가 많아진 만큼 무단 주차된 킥보드들도 늘어 시민들은 통행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서구 월성동 한 아파트 장터에서 만난 B(84) 씨는 인도에 세워진 전동킥보드를 보고 눈을 찌푸렸다. B씨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자전거도로에서 툭툭 튀어나온 킥보드에 큰 사고가 날 뻔도 했다. 시장에 오는 어르신들도 장바구니나 손수레를 킥보드에 부딪히기도 한다.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이야 편하고 좋겠지만, 무단 주차된 킥보드를 매일같이 보는 사람들에게는 골칫덩어리다"고 말했다.
무단 주차된 킥보드로 느끼는 불편함은 일반인들보다 교통약자들 사이에서 더욱 크다. 교통약자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15년째 휠체어를 타고 있는 C(70) 씨는 "일반인들은 몇 발자국 옮기면 그만이지만, 휠체어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뒤로 뺐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야 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 좁은 인도에 킥보드가 자리 잡고 있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이모(60) 씨는 "킥보드 이용자들이 자기 소유도 아니다 보니 이용이 끝나면 내팽개치고 간다. 킥보드가 쓰러져도 사람들이 다시 세워두는 것 같지도 않다. 앞이 보이지 않는 우리에게는 움직이는 무기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대구시에서 킥보드를 강제 견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킥보드가 무단 주차됐다는 민원이 시·구청으로 접수되면 해당 킥보드 업체에 통보해 1시간 내 다른 곳으로 옮기게끔 조치하는 게 전부인 실정이다. 이마저도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반면 일부 지자체에서는 킥보드를 견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견인조치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킥보드를 '주정차위반 견인 등에 관한 조례'에 포함해 차량과 동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는 지하철역 출구와 점자 보도블럭, 횡단보도 등 '즉시견인구역'과 '일반보도'로 구분해 견인조치하고 있다.
서울시는 전동킥보드가 즉시견인구역에 주차됐을 때 즉시 견인조치하고, 일반보도에서는 3시간의 유예시간을 초과할 경우 견인하고 있다. 견인조치가 이루어지면 킥보드 업체들은 4만원의 견인료와 보관료(30분당 700원)를 내야 한다.
대구시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의 수거와 이에 따른 수거료 및 보관료 징수를 위한 조례 개정에 나섰다. 순찰이나 민원 등을 통해 적발된 무단방치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해서는 이동조치 통보 후 1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있을 경우 행정기관이 수거한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가 증가하면서 인도에서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끼치고,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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