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하나인 경기 김포 소재 장릉 인근에 현재 건설되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철거 여부가 5일 다시 큰 관심을 얻었다.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국감)에서 다뤄졌고, 아파트 단지 철거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정부가 반드시 답변해야 하는 기준인 동의 수 2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사안과 관련, 문화재청은 장릉 인근에 지어지고 있는 3천400여 가구 규모 아파트 44개 동 중 문화재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 동에 대해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사들은 지난 2014년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아파트 12개 동은 공사가 중지된 상태이다.
그러면서 40기 왕릉 가운데 하나라도 결격 사유를 갖게 될 경우 조선왕릉이 통째로 세계유산에서 취소될 위기도 언급되고 있다.

▶이날 문광위 국감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문화재청이 애초 2019년부터 진행된 공사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공사 진행을 막지 못했다"고 문화재청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입주 예정자와 건설사 등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문화재청이 마치 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배현진 의원은 문화재청이 김포 장릉 인근에서 무허가로 고층 아파트가 건설됐다는 사실을 지난 5월 인지했음에도 2개월 후인 7월 유네스코에 불법적 건설 사실이 없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문화재청이 2017년 변경된 규정을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파트 하나로 세계유산이 취소되는지 의문을 품는 분도 계시지만, 계양산이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은 다르다"면서 유네스코에 문화재청이 적절히 대응해줄 것을 부탁했다.
김포 장릉은 능침에서 바라본 전경이 풍수지리상 중요한 계양산인데,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가 계양산을 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현재 건설되고 있는 아파트는 일명 '왕릉뷰'를 갖게 된다.
여야를 가리지 않은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철거 가능성도 포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김포 장릉의 세계유산 취소 우려를 두고는 "유네스코와 충분히 협의하며 난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23분 기준으로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 청원은 19만4천905명의 동의를 모았다.
지난 9월 17일 등록돼 10월 17일 청원이 마감되는데 이 기한 내에 동의수 20만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청원에서는 "이미 분양이 이뤄져 큰 피해가 갈 것이기에 이 청원을 작성하는 저도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에 앞서 이러한 사안을 검토하지 않은 지자체 및 건설사에 책임이 있다"고 이번 국감에서 나온 의원들의 지적과 비슷한 주장을 했다.
이어 "철거를 최소화하면서 문화유산 경관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며 절충안도 제안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