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지음/ 창비 펴냄

영화 인터스텔라 초반 장면 중 야구 경기 관람 도중에서 황사가 몰아치는 모습.
영화 인터스텔라 초반 장면 중 야구 경기 관람 도중에서 황사가 몰아치는 모습.
적을수록 풍요롭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이 책의 '들어가며-인류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분을 읽고 있노라면 뇌리 속엔 영화 '인터스텔라'의 초반부가 진하게 스며든다.

황폐화될 대로 황폐화된 지구. 우리에게 익숙한 비옥한 땅은 온데간데 없다. 수시로 몰아치는 엄청난 규모의 황사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지 오래다. 이제 지구는 인류를 품는 '가이아'가 아닌, 저주하는 '티탄'이 돼 있었다. 더 이상의 희망은 없었다. 유일한 대안은 지구 환경과 가장 비슷한 또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는 수 밖에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미래가 배경이지만, 이 책의 '들어가며' 부분의 내용은 영화 속 배경이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미 '괴짜 천재' 일론 머스크는 미래 지구에서의 인류 삶을 '디스토피아'로 예견하고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난 반세기동안 인류는 과도한 경운과 농약 투입에 의존한 산업형 농업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그런 사이 토양 생태계는 급속도로 죽고 있다. 2018년 일본의 한 과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산업형 농업 농지에서의 지렁이 생물량이 83%까지 급감했다. 지렁이가 사라지자, 토양의 유기물 함량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결국 토양은 생명 없는 흙으로 변했다.

이 책은 들어가며 부분에서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환경 파괴의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성장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맹점을 공격하고 있다.

본론은 1부인 '많을수록 빈곤하다'와 2부인 '적을수록 풍요롭다'로 나뉜다. 1부에서는 항상 성장해야 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묵도하는 다층적인 생태계 붕괴는 적어도 자본주의, 그리고 195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에 기인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특히 자본주의는 자연이나 노동이 주는 것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가져가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생태 위기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지구가 사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바로 2부 타이틀이기도 한 성장에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름하여 '탈성장'으로 대변되는 '포스트 자본주의'를 주창한다. 그에 따른 여러가지 지향점을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의 생각은 어찌보면 이상적이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성장을 최고 덕목으로 배워왔던 입장에서는 단박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지금과 같은 성장 일변도의 사회 시스템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공감한다면, 최소한 지은이의 의견을 곱씹고 공론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415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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