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속에서] 연극 ‘러브, 어게인’

다음달 20일(금)까지 송죽씨어터에서
정보통 役 등 9개 역할 멀티맨의 대활약

연극
연극 '러브, 어게인'의 한 장면.

운동선수들 중에 그런 경우가 더러 있다. 이름을 바꾸고 나면 성적이 오른다고. 마법의 최면처럼 개명 효과는 커 보였다. 하지만 성공한 경우만 조명돼 그렇지, 실패한 경우도 더러 있다. 개명이 성적 향상으로 직결된 경우는 체력을 키우고 실력을 쌓은 뒤 '화룡점정'처럼 개명으로 매조진 것이라는 게 스포츠계의 정설이다.

연극계에서도 이런 시도들이 더러 있다. 지난달 말부터 송죽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러브, 어게인'도 그중 하나다. '민준과 서연의 가장 보통의 연애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모든 공연관계자에게 통곡의 벽이었던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 관객의 관심이 미미했을 때 시작됐던 터라 살아남을지 여부도 불투명했다.

그런데 이 연극이 '보통의 보랏빛 향기'라는 제목으로 올해 3월부터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오른 뒤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라갈 놈은 올라간다'는 걸 입증하듯 통곡의 벽을 넘은 것이다. 급기야 지난달 상륙한 대구 무대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참, 대구에 오면서 명함을 바꿨다. '러브, 어게인'이라는 이름이다.

스탠딩 개그 요소 조금, 현장형 콘서트 요소 조금, 그리고 연극의 기본적인 요소 상당량으로 버무려진 연극이다. 관객 참여 유도가 지상 과제인 연극처럼 보인다. 극의 줄거리는 '대박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쩌리 남자친구의 삽질 연애 반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과거를 돌이켜 보는 구성인 탓에 타임슬립은 기본이다. 난데없이 삐삐가 터지거나, 라디오 공개방송이 진행되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3인극이다. 주성훈(민준 역), 조예은(서연 역), 정수용(보통 역 등 멀티 역)이 출연한다. 멀티 역을 맡는 정수용이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그가 맡은 역할만 모두 9가지. 민준의 친구인 재석과 세호 역할부터 민지(재석의 여자친구), 이만복(역시나 민준의 친구지만 누가 봐도 짝퉁 서태지), 청소부, 정피디, 극단 연출자, 할머니, 그리고 DJ 정보통까지.

보라색 옷을 입고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DJ 정보통으로 극을 끌고갈 때 관객의 환호성이 커진다. 그래서 한때 연극 제목이 '보통의 보랏빛 향기'였는지도. 현장에서 DJ에게 관객들이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연을 공유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연극 '러브, 어게인'은 23일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관객몰이에 안착하면서 다음달 20일(금)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러닝타임 100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6시(2회 공연)/ 일요일 오후 2시, 5시(2회 공연). 월요일 공연 없음. 문의 053)252-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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