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봇 CEO] <5>정평웅 월성티엠피 대표 "방사능 물질 다루는 로봇 생산 자부심"

사람 대신 방사능 다루는 원격조종기 개발…요르단, 인니, 터키 등에 200여 기 납품

정평웅 월성티엠피 대표가 로봇산업진흥원 본사에서 원격조종기를 시연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정평웅 월성티엠피 대표가 로봇산업진흥원 본사에서 원격조종기를 시연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병원이나 원자력연구소 등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에서는 사람 대신 방사능을 다룰 로봇이 필요하다. 로봇은 방사선을 콘크리트나 철, 납 등으로 격리된 공간(핫셀)에 투입되는데, 이를 '원격조종기'(manipulator·머니퓰레이터)라 부른다.

대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본사를 둔 ㈜월성티엠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격조종기를 개발하는 업체다. 원격조종기는 지금까지 원자력 선진국인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됐지만, 월성티엠피의 존재로 한국도 생산국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진흥원 본사에서 정평웅 대표를 만났다.

-처음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둔 것인가?

▶어릴 때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기계 제조업체에 취업했다가 '내가 하고 싶은 거 하자'는 생각에 20대 중반이었던 1986년에 대구 3공단에서 첫 창업을 했다. 하지만 쓴 실패를 맛봤고 절치부심 끝에 2005년 월성테크를 설립해 각종 기계장치 및 자동화부품을 제작해 산업 현장에 공급했다.

-원격조종기 시장에는 어떻게 뛰어들게 됐나?

▶월성테크를 운영하다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인연이 돼 원격조종기를 개발하게 됐다. 처음에는 다른 업체가 원격조종기 개발을 맡았고, 우리는 보조 역할을 했다. 그런데 해당 업체가 중도 포기했고,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이후 특수목적용 로봇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려 2015년 진흥원에 입주했고 월성티엠피로 법인 전환했다.

-경쟁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구조는 복잡한데 시장은 좁으니 중·대기업은 관심이 없고 소기업이 생산하기는 어려움이 많다. 달리 생각하면 그게 매력이다. 월성티엠피가 아니면 할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해보자고 다짐했고 지금까지 왔다. 국내 수요처에서는 상당히 높은 가격에 원격조종기를 수입해 쓰는 곳이 많다. 월성티엠피가 원격조종기를 개발함으로써 수입 대체효과를 얻고, 기존에 설치된 원격조종기 유지보수를 통해 산업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

-수요처 발굴이 특히 어려운 이유가 있는가?

▶부산 기장군에 조성 중인 방사선 산업단지가 최대 수요처가 될 것으로 보고 준비했다. 인원을 보강하고 연구개발을 했지만 '탈원전'과 묶여 납품 계획이 미뤄지고 있다. 탈원전은 원자력발전소에 해당하는 얘기인데 원격조종기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원격조종기는 주로 방사능을 이용하는 항암제 제조시설이나 연구시설, 위험물 취급 시설 등 원전보다 일반적인 수요가 더 크다. 원격조종기는 앞으로도 꼭 필요한 장비다.

정평웅 월성티엠피 대표가 로봇산업진흥원 본사에서 원격조종기를 시연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정평웅 월성티엠피 대표가 로봇산업진흥원 본사에서 원격조종기를 시연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해외 판매 실적이 궁금하다.

▶국내 수요가 제한적이지만 요르단,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 200여 기의 제품을 공급했다. 최근에는 영국, 캐나다 등에도 납품했다. 해외 수요처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원격조종기를 판매하니 어떻게 알고 전화가 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도 원격조종기를 만드는 곳이 있다고 더 많이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

-신제품 계획이나 역점 프로젝트가 있다면?

▶사무실에서 작업자가 모니터를 보며 현장의 로봇 팔을 조종할 수 있는 완전한 원격조종형 머니퓰레이터를 개발 중이다. 수시로 변하는 현장 여건에 작업자 요구대로 동작을 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2년이 개발 골든타임이 될 것 같다.

-최근 산재가 이슈화하며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간을 위한 로봇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로봇은 자칫 사람에게 위해가 될 수도 있지만 생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원격조종기도 방사능 피폭사고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작업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편의성을 극대화해 사람을 지키는 시스템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

-대구 로봇산업을 전망한다면?

▶대구는 섬유에서 자동차산업으로 성장하며 정밀가공, 부품제작 등의 분야에서 우수한 기업이 많다. 자생적인 로봇 인프라가 매우 우수하다. 아마도 향후 몇 년 내에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들이 있을 것 같다. 나아가 세계로 진출하는 대구 로봇기업이 많아졌으면 한다.

-기업 성장에 가장 필요한 지원책이 있다면?

▶단연 인력이다. 젊고 우수한 인력은 보통 공기업이나 대기업을 선호한다. 소기업에 가겠다는 인재는 드물다. 소기업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정부 인력 지원책이 있지만 소기업이 접근하기는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지원에 필요한 제출 서류를 간소화하고 서류보다는 현장 평가로 페이퍼워크 부담을 줄이면 좋겠다.

-로봇산업클러스터포럼(RCF) 의장사인데 소개한다면?

▶로봇산업진흥원 입주기업 모임이다. 현재 진흥원에는 4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매월 교류회를 통해 정보를 나누고 협업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노력한다. 코로나19 이후 활동이 제한적이지만 다시 활발히 활동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한 마디.

▶소기업 대표들의 꿈은 한결같다. 작지만 강한 기업, 대기업 못지않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이 목표를 따라가다 보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정평웅 월성티엠피 대표. 채원영 기자
정평웅 월성티엠피 대표. 채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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