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안에서 융합의 물결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일찍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주장했던 기술과 인문의 결합은 이제 모든 기업의 사활을 좌우합니다. 의무 교육기관인 학교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융합교육과정으로 안착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가장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과 과학의 융합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감성을 표현하는 예술과 이성적 시각으로 현상을 파헤치는 과학의 세계가 아름답게 조응하고 있습니다.

◆미술이 과학을 탐하다
'미술, 과학을 탐하다'(박우찬 지음)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그림 속의 놀라운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화정책을 공부한 후 학예연구사,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미술의 입장에서 과학을 원하고 만나며, 그것을 꿈꾼 서양미술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과학적 원리를 통해 미술을 읽어갑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르네상스 시기의 미술은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화면에 옮기고 싶은 꿈을 과학적 사고와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그것은 투시원근법, 공기원근법, 해부학이라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구현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르네상스의 혁명적인 과학적 탐구가 적용된 대표적인 예입니다.
흔히 16~18세기 서구 유럽은 과학혁명이라 불릴 만큼의 엄청난 성취를 이루며 근대과학을 발전시킵니다. 이때 바로크, 로코코 양식이라 불리며 표현한 많은 그림들은 당시 거울을 통한 광학기술이 적용된 카메라옵스큐라를 활용하였다고 합니다.
화학의 발달로 19세기 개발된 필름 카메라와 튜브물감은 그림이 현실을 재현하는 역할에서 작가의 느낌, 인상 등을 표현하도록 변화시켰습니다. 나아가 빛에 대한 물리적 탐구로 정리된 광학 이론은 이것을 그림에 적용한 신인상주의의 점묘화 탄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은 현대과학의 성취를 반영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공간과 사람들의 생각, 상상 및 마음을 표현하는 데 집중합니다. 나아가 디지털 기기 등 새로운 뉴미디어를 표현의 도구와 매개로 적극 사용하며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미술표현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가 바라본 미술의 세계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서민아 지음)의 저자는 자연과 우주의 이치, 본질을 탐구하는 물리학자입니다. 또한 일요일이면 붓을 드는 '일요 화가'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그는 사랑했던 '미술'과 '물리'가 물과 기름처럼 결코 합치될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물리학을 탐구할수록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림을 가까이할수록 물리학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 역사적으로 유명한 명화들을 감상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과학적 사실과 발견을 만나게 됩니다. 저자는 '색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샤갈의 그림을 감상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퀀텀닷과 나노입자의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로크를 대표하는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빛의 방향에 따른 광선이 표현된 '빛의 삼각형'을 과학적 원리로 알려줍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물리학에서는 양자역학이 태동하고 빛의 정체에 대해 열띤 토론과 논쟁을 합니다. 이때 미술계에서는 인상주의를 거치며 입체주의, 야수주의, 초현실주의 등 수많은 유파가 요동을 칩니다.
저자는 이처럼 데칼코마니같이 궤적을 같이하는 예술과 과학의 공생관계를 지적합니다. 그리고 "예술가와 과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현실 너머 새로운 것을 꿈꾸는 능력인 상상력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합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다빈치는 마치 과학자처럼 세상을 탐구하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완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고 심지어 미완으로 보이는 작품과 수많은 아이디어 노트가 남겨져 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당시 관습처럼 표현해오던 것들과는 혁명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성취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과 탐구의 결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성적 사고가 감성적 상상력에 의한 체험과 만날 때 혁신적 발견과 성취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통한 체험적 교육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