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용복의 골프 에티켓] 오징어게임과 골프의 공통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 게임은 공평해. 밖에서 온갖 차별과 불평등에 시달려온 사람이 유일하게 모두 평등한 곳이 이곳이야."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돌풍에 외신들의 반응도 뜨겁다. 넷플릭스 사상 가장 거대한 히트작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골프는 공평한 게임인가? '오징어 게임'을 보며 스스로 묻는 질문이다. 필자의 생각은 '아니다'이다. 게임에 참여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우리가 접하는 많은 게임들은 짧은 시간에 룰을 배워서 바로 즐길 수 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골프는 배움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다들 기죽을 거 없어. 줄다리기에서 제일 중요헌 게 뭔지 아나? 버티는 거야. 신호가 울리면 처음 10초는 그냥 버텨야 해."

골프도 마찬가지다. 처음 입문한 이후로 연습 과정은 재미없고 지겨운 시간이지만 버텨내야 한다. 몇 개월의 수련 과정을 거쳐 필드에 나가도 완전히 새로운 스포츠처럼 여겨진다.

'시간은 금이다.' 맞는 말이다. 유튜브 등에 골프 레슨에 관한 무료 콘텐츠 홍수 시대에 살아가고 있지만, 스윙을 몸에 익히는 것은 눈과 머리만으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연습장을 찾아야 한다. 그래도 연습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갈수록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아파트 공용공간에 생기는 골프 연습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고통의 시간'을 거쳐 필드를 나가기 시작하면, 연습 때와는 비교가 안 되게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아이러니하게 호재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골프이다. 부킹은 하늘에 별 따기가 된 지 오래이고, 캐디피, 카트 피, 식음료 등의 부대비용 역시 계속 오르고 있다. 이렇듯 골프는 모두가 즐길 수 없는 스포츠이다. 시간과 돈 그리고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참여 가능한 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모든 여건을 충족하여 골프에 참여한 이후로는 공평해지는가?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이다. 필드 위에서는 사회경제적 차별이 없다. 본인이 더 높은 '계급'을 가진 사람이라도 같은 곳에서 시작해서 같은 곳에서 게임을 마무리한다.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혜택은 존재하지 않으며 동반자 모두 똑같은 처지다. 멀리건과 컨시드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런 것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골퍼를 가끔 만날 수 있지만 그런 에티켓을 가진 동반자는 결국 외면받는다.

기업의 리더와 갓 입사한 새내기 사원이 함께 할 수 있고, 필자 같은 80세를 바라보는 노인과 20~30대인 MZ세대가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또 무엇이 있을까? 골프의 룰은 참여한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이가 젊다고 사회적 위치가 높다고, 돈이 많다고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골프는 '보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수가 없는' 대표적인 스포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생활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즘 골프는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깐부"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한다. 물론 '오징어 게임'처럼 "깐부"를 속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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