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의 일상은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릅니다. 먼저 임기가 정해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오직 역사의 평가만을 상대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지독하게 외롭고 자신의 결정이 국운을 가를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 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지존'의 고뇌를 제대로 헤아리는 이가 몇이나 될까요. 더욱이 모든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 한 사람 몫인걸요."
역대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한 핵심 측근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진짜' 일상이다. 화려한 국내외 행사에 참석해 극진한 의전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심사숙고와 결단의 나날이라는 설명이다.
이 험난한 길을 자청해서 가겠노라며 오늘도 10명이 넘는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득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디 대통령이 뭐 하는 자리인지 제대로 알고 초심도 잃지 않으시길 빈다.
대통령 후보의 고향 얘기를 좀 하자.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후보의 고향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상징이다. '영남·호남 정권' '충청대망론' '득표력 확장가능성' 등의 표현은 모두 대통령 후보 고향을 언급하면서 이어지는 단어들이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고향에서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한다. '고향 까마귀'에 대한 애정이 자신에 대한 투표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심리다.
고향은 나고 자라면서 관계 맺음을 한 주요 공간이고 대체로 정치적 이력을 쌓은 곳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측면에서도 후보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선 이른바 지역(고향)의 맹주 자리를 꿰찬 정치인들이 여의도를 좌지우지해 왔다.
지역 출신 대통령 후보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심경은 어떨까.
"기왕이면 우리 고장에서 '나라님'을 배출하고 그 대통령이 나라의 번영을 이끈다면 지역에 그만한 자부심이 없겠다"는 정도의 마음이 가장 클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와 별로 상관없는 하루하루를 산다.
다만 공공 분야의 직업을 갖고 있거나 공적 영역을 상대하는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분들과 그 가족들은 좀 더 욕심을 내기도 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언급하며 아무래도 고향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면 주요한 국정과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일들에서는 팔이 안으로 굽는 덕을 좀 보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적어도 억울한 일은 없겠지!'라고 안도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서두의 '전언'에 따르면 일단 당선이 되면 대통령은 오직 역사의 평가만을 상대한다고 한다. 선거 과정에서 신세 진 조직과 사람들로부터 날아드는 '청구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대통령 후보의 고향에서도 실망할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권교체는 대통령 한 사람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만큼 절대적이진 않지만 후보를 중심으로 한 세력의 상당 부분은 지금도 지역(고향) 기반이다.
7일 현재 원내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의 고향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이 3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서울 2명, 충남·전남·전북·제주 각 1명 순이다.
여당 주요 대선주자의 고향은 이재명 후보 안동, 이낙연 후보 전남 영광, 추미애 후보 대구 달성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는 서울 서대문구, 홍준표 후보는 경남 창녕, 유승민 후보는 대구 중구가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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