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복지 강화 움직임에 따라 업무가 증가해 애를 먹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코로나19 사태까지 장기화하면서 파김치가 되고 있다. 각종 재난지원금 지급은 물론 사회복지시설 방역 점검 등 업무로 야근하기 일쑤인 데다 민원 전화, 폭언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까지 호소한다.
◆'지원금 왜 안 줘?' 빗발치는 민원
경북 예천군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늘어난 업무로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특히 국민상생지원금, 코로나19 생활지원금 등 각종 지원급의 지급대상자 선별을 두고 이의신청 전화가 빗발친다.
대상이 안 되는 이유 설명, '억울하다'는 개인사정 등으로 이어진 민원 전화는 20분 이상 걸리기가 다반사다. 전화 통화로 주간 업무시간 다수를 보낸 직원들은 다른 업무 처리를 위해 야근할 수밖에 없다.
고령의 주민이 많은 읍·면 직원들도 쉴 틈이 없다.
온라인, 스마트폰 활용이 미숙한 노인은 방문 민원 처리가 익숙한데, 이들에게 기본적인 설명부터 각종 구비서류 안내, 작성법 등을 알려주다 보면 업무가 한가득 쌓인다.
예천군 관계자는 "많은 복지직 직원들이 야근은 물론, 주말까지 출근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도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포항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그만큼 업무도 많다.
해마다 복지대상자 선정기준 변경, 복지급여조정 등 기본 업무가 증가하고 있고 온갖 민원, 말이 통하지 않는 이의 제기 등으로 감성적 피로감을 호소한다.
포항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기존 복지업무와 별도로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21만9천371가구·1천431억원), 한시생계지원(3만603명·125억원) 외 긴급생계지원(1만4천69가구·43억원) 등 추가 업무를 했다.
포항시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 등 지급 업무로 담당별 월 50~60시간의 초과근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민원인의 폭언이나 위협, 업무 방해도 이전보다 2, 3배 늘었다. 직원 3명은 질병휴직을 냈다"고 말했다.
문경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도 처지가 비슷하다.
1천여 명 공직자 중 78명에 불과한 인원이 지난해 4월 2만1천 가구의 긴급생활지원비 신청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대상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그 결과에 대한 민원 제기로 애를 먹었다.
문경시 한 공무원은 "최근 국민지원금 지급과 관련 3차례에 걸쳐 신청을 받고 조사했는데 이의신청만 1천여 건이 넘었다"면서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욕설, 폭언으로 다수 직원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인구가 많은 구미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도 밀려드는 업무와 민원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다.
구미시 한 공무원은 "지난해에는 5억원의 생활지원비 업무를 처리했는데 올해는 30억원으로 늘었다. 이것도 부족해 경북도에 30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하루 수십 개 대상자 분류 업무를 해도 하루가 지나면 똑같이 쌓여 있다"면서 "'왜 지원비가 이것뿐이냐', '왜 받지 못하냐' 등 이유로 민원이 느는데 메뉴얼대로 응대하다 보면 정작 기본업무를 못해 야근을 하게 된다"고 한탄했다.
◆방역 등 "우리 업무는 300가지"
구미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자가격리자도 덩달아 늘어 업무가 가중됐다. 자가격리자 생필품 지원, 격리에 따른 생활지원비 대상여부 등을 분류해야 해서다.
일부 격리자들은 생필품과 관련, '왜 이것밖에 주지 않느냐',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 등 민원을 제기한다. 특히 다른 시군 생필품 지원과 비교하며 전화를 끊지 않고 오랫동안 항의하는 경우도 적잖다.
구미시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지난 추석 명절 당일만 제외하고 다른 휴일에는 모두 출근해 자가격리자 생필품 지원 업무를 하는 등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군별 사회복지지설에 대한 동일집단격리(코호트 격리)를 할 때도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현장을 살폈다. 또한 수천 개에 달하는 지역 내 다중업소 및 유흥업소의 방역수칙 준수 감독 또한 이들의 몫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보호와 관리 등 기본 업무도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긴 마찬가지다.
안동의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60대 기초생활수급자 보호와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대상자가 감정기복이 심하고 피해 망상 등에 사로잡혀 있어 집 주변에 쓰레기를 가져와 쌓아두면서 주민들이 악취를 호소한다.
이 공무원은 쓰레기 처리와 함께 건강정신센터 등 지원을 통해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대화는 커녕 만남을 거부당하거나 이웃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일선 시군 사회복지 업무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300건은 넘는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청송군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복지민원 업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에 해당해 그 숫자를 다 세기조차 어렵다"면서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는 우리나라 복지 업무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수한 것은 결국 이를 끌고 나가는 공무원들의 노고"라고 했다.
◆격무 시달리다 일터 떠나
칠곡군의 한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던 40대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격무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5월 사표를 냈다.
해당 면사무소에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3명이 근무했는데 담당 인구수는 1만여 명에 달했다. 농촌인 데다 저소득층도 많아 기존 업무도 적잖은데 코로나19로 더해진 업무는 거의 '폭주' 수준이었다.
재직 15년가량 된 해당 공무원은 과도한 업무로 건강도 나빠지자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 사직을 결심했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주군 사회복지직 모 공무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월 100시간가량 초과근무를 했다. 격무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허리디스크가 발병해 최근 수술까지 받았다. 이 공무원은 "일이 많고 잦은 야근을 하는 것은 견딜 수 있다"면서도 "사무실로 찾아온 수급자들이 욕을 하고 행패를 부릴 때는 회의감이 크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산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도 코로나19 자가격리자 관리, 시회복지시설 점검 등 업무가 가중돼 어려움을 호소한다.
경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이후 현재까지 사회복지직 공무원 40명이 육아나 질병 등 이유로 휴직을 신청, 현재 26명이 계속해서 휴직 중"이라면서 "이들 중 일부는 격무 등을 이유로 휴직 기간을 연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복지 공무원 중요성 조명돼야
안동의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주민들은 대부분 지역사회의 자질구레한 일에 대해 사회복지직 공무원에게 요구한다"면서 "특히 '도대체 뭐 하느냐'는 식의 비난으로 기존 노력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험담만 할 때 허탈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복지업무 수요 증가로 인원이 충원되고 있으나 승진이 인력 충원에 비해 확연히 정체된다고 호소한다. 역할과 중요성이 평가절하되는 분위기에 비애감도 느낀다고 말한다.
일부 시군은 당근책도 내놓는다.
문경시는 사기진작을 위해 기존 월별 초과근무수당 지급 한도시간인 67시간을 잠정 폐지했다. 휴일도 반납하고 퇴근을 제때 못하는 직원 보상 차원이다.
하지만 일선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원성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업무가 두 배 이상 늘었다. 긴장 상태 지속으로 신경쇠약까지 격는다"고 토로한다.
청송군의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생계·의료·주거 관련 기초수급, 사망위로금, 보훈, 장기요양 등 다양한 업무를 상급기관 또는 관련 기관과 함께 진행하다보니 업무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주 업무가 아니라도 주민생활을 속속들이 아는 것이 우리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업무가 이관되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송군은 전체 인구의 35%가 65세 이상이며 노령화된 사회라 매년 담당해야 할 민원인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인구 대비로 짜여진 시군 공무원 수와 그에 비례해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수가 정해지기 때문에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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