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손 없어서…" 수업 듣던 학생들 불러 급식 배식시킨 중학교

자원봉사 형태로 매일 20여 명 참여, 45분 수업 중 10분 못 듣고 다음 수업 늦게 들어가기도
학교 측 "일손이 부족해서…절차상 문제 없었다, 학습권 침해된 건 인정"

경남 김해시 한 초등학교 급식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경남 김해시 한 초등학교 급식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중학교가 코로나19 여파로 급식실 일손이 부족하다며 수업을 듣던 학생 일부를 자원봉사 형태로 급식을 배식하도록 해 '학습권 침해' 지적을 받고 있다.

7일 화성 A 중학교 등에 따르면 이 학교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점심 급식 시간에 학급 당 학생 한두 명에게서 자원봉사 신청을 받아 배식 업무를 맡겨왔다.

이에 따라 매일 25명 안팎의 학생이 배식에 나섰다. 이들은 매일 점심시간이면 급식실의 배식대 3곳에서 밥과 국, 반찬을 친구들에게 나눠줘야 했다.

학교 측은 오전 마지막 수업인 4교시가 채 마치기도 전에 이들 학생을 급식실로 모아 배식 준비를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45분 짜리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쯤이면 교실에서 나가 급식실로 향했다 보니 매 4교시는 35분밖에 듣지 못했던 셈이다.

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 배식을 마친 뒤 다음 수업에 늦지 않으려 허겁지겁 밥을 먹고, 때로는 오후 수업에 늦게 들어가기도 했다.

학교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다른 지역을 보니 어르신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급식을 하던데,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일부 수업 시간에 늦으면서까지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에도 명시된 학습권, 수업받을 권리를 학교가 나서 박탈한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8조는 '학생은 법령과 학칙에 근거한 정당한 사유 없이 학습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 관계자는 "학생이 단 몇 분이더라도 수업 중에 나간다는 건 학습권 침해 소지가 있어 시정돼야 한다"며 "급식실 운영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학교는 학생 학습 중심으로 학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 중학교 측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봉사다. 부모 동의를 사전에 모두 구해 절차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학습권 침해 문제는 인정한다"고 털어놨다.

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과대 과밀학교인데 조리실무사는 10명뿐"이라며 "코로나로 식당 소독 등 실무사들의 업무는 늘었는데 배식 시간은 한정돼 있어 학생들이 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전에 배식 준비를 하도록 수업 종료 5분 전에 이동하라고 했는데 학생에 따라 교실을 나온 시간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관련한 민원이 제기됐으니 내일(8일)부터는 봉사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모두 마친 뒤 이동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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