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없어서 못맞던 mRNA백신 중 하나인 모더나 백신이 이제는 무더기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접종 간격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하면서 백신 수급 일정이 꼬여버린 탓이다.
당장 다음주부터(12일~15일) 유효기간이 도래한 모더나 백신 폐기가 줄이을 것으로 보이자 정부는 "과잉배정으로 인해 유효기간이 경과되는 모더나 백신 처리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줄이겠다"며 일선 접종기관에 8일 공문을 보냈다.
대구의 A의원에서는 지난달 받아온 28바이알 분량의 백신 중 절반에 달하는 14바이알(140명분)을 폐기해야 할 처지다. 지난달 보건소를 통해 일괄 지급받아온 백신의 유통기한이 오는 13일까지인데, 접종 대상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봐도 좀처럼 인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의원 원장은 "전화를 걸면 오히려 '왜 자꾸 이랬다저랬다 하느냐'면서 '원래대로 접종하겠다'고 화를 내는 이들이 다수였다"면서 "간호사들도 전화업무에 너무 지쳐 이제는 그냥 폐기하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일선 접종기관에서 모더나 백신 폐기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1차 접종률을 높이겠다면서 1차와 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렸다가, 이후 다시 6주에서 4주로 당겼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8, 9월 백신 1차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2차 접종 간격을 6주로 일괄 연기하면서 기존에 예정됐던 백신 수급 일정이 모두 꼬여버린 것이다.
이제 와서 정부가 다시 접종 간격을 줄여 일정을 당기려 안간힘 중이지만 접종 예정자 중에는 반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동예약프로그램 날짜가 일괄적으로 조정되면서 "해당일에는 접종이 불가능하다"며 일선접종기관으로 불만과 민원이 집중되는 것이다.
백신 폐기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아까운 혈세가 낭비되는 것도 문제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을 오접종하는 등의 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은 폐기 전까지 꼭 분리해서 보관토록 하고, 질병청의 폐기여부 회신을 받은 뒤 자체 폐기하고 폐기 결과만을 일괄 보고하도록 행정절차를 줄여 일선접종기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김대영 대구시 시민건강국장은 "전국적으로도 유효기한이 임박해 폐기되는 모더나 백신이 급증할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정부에서 7일 ▷이미 개봉한 바이알에 대해서만 잔여백신으로 활용 가능했던 것을 유효기한이 임박한 백신 모두를 잔여백신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2차 접종기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안내하며 ▷1차 접종자의 경우 모더나를 최대한 활용토록 하는 지침을 각 시도에 내렸다"고 설명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