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11월 9일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달 25일 전후 전 국민의 70%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고 2주일 정도 항체 형성 소요 기간을 고려해 제시된 날짜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코로나19 대응 방식의 일대 전환을 의미한다. 확진자 억제 중심 대응에서 중환자 치료 중심으로 방역 정책이 바뀌면 국민 삶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기게 된다.
방역 책임자가 단계적 일상 회복 D-데이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월 9일까지는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로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이다. 앞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외국 사례들을 볼 때 단계적 일상 완화는 확진자 폭증으로 이어졌다. 질병관리청 시뮬레이션을 보더라도 현재 2천 명대인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1월 이후에는 최악 상황 시 5천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돼 있다. 하루 1만 명 신규 확진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도 있다.
확진자 폭증을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한다면 위드 코로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중증 확진자들을 감당할 의료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의료 시스템 과부하 현상이 없도록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11월 9일 이후 백신 접종 완료자는 감염되더라도 무증세 및 경증이라면 재택 치료를 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가족 내 감염 및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
현재 500만 명이나 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자들이 단계적 일상 완화 이후 감염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백신 미접종자의 코로나19 중증화율 및 치명률이 접종자보다 훨씬 높은 만큼 이들의 접종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당근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위드 코로나는 불가피한 선택지이다. 일단 시작되면 되돌아가기도 어렵다. 특히 단계적 일상 완화를 했다가 감당이 안 돼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역행하는 상황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위드 코로나 로드맵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논의만 분분할 뿐 구체적 그림과 방침이 국민들에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방역 당국은 남은 한 달 동안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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