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40> 구미 금리단길 ‘책봄’

독립출판물의 보물창고… 다양한 색깔로 마니아층 불러들여
구미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대형서점 삼일문고만큼 유명해

구미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구미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책봄'. 김태진 기자

수도(修道)에 이력이 난 이들은 대개 유명 명산을 앞세우기 마련이다. 산이 머금은 정기와 품은 기력을 자신이 담아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산에서 수련했음을 구술로 풀어내는 건 지금껏 통용되는 레퍼토리다. 전국구 명산으로는 지리산, 계룡산이 대표적이다.

구미 금오산 북동쪽 자락도 2000년대까지만 해도 신선한 기를 받은 이들이 사주팔자, 궁합이라는 전 인류적 과제를 대신 풀어주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있던 곳이다. 그랬던 이곳이 근래 들어 금오산의 주변 명품 산책길로 거듭나면서 색깔을 바꾸고 있다.

2016년 문을 연 동네책방 '책봄'도 금리단길 채색에 한몫 단단히 한 곳이다. 특히 독립출판물 전문 동네책방으로 구미에서는 대형서점에 비견되는 삼일문고만큼이나 유명하다. 동네책방으로 5년 넘게 살아남았다는 게 그 증거다.

해거름에 찾아간 '책봄'은 노을빛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책으로 채워져 있다. 과연 독립출판물의 천국다웠는데, 이곳 책방지기 최현주 씨는 독립출판물의 그런 자유분방함에 매료돼 점차 독립출판물의 비중을 높이는 중이라고 했다. 책방을 채우고 있는 책은 2천 권 정도. 작가 수로는 600명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5 대 5 비율로 다뤘어요. 동네책방이 아예 없던 때였으니 대형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팔았죠."

구미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구미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책봄'. 김태진 기자

책방에 들른 손님들은 입장 10분 이내에 "귀엽다"나 "예쁘다", 혹은 "분위기 있다"는 감탄사를 내뱉기 마련이다. 손님들이 한번쯤은 '허걱'할 만큼, 별의 별 책이 다 있다. 포켓형, 편지형, 고서적형까지. 디자인도 판형도,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자유로운 독립출판물은 작가의 첫 작품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최 씨는 작가가 들였을 애정이 느껴진다고 했다. 책방지기인 자신도 정성을 들인 보물을 전하는 심정으로 출판물을 다룬다고 했다.

각 출판물에 몇 번째 들어온 책이라고 표시해둔 점이 이채로웠다. '돌아오는 새벽은 아무런 답이 아니다'는 구미 출신 진서하 작가의 책은 이미 13차 입고였다. 견본 책에 밑줄을 그어두고 플래그를 붙여둬 손님이 읽으며 책을 판단할 수 있게 해뒀다.

"입고된 책을 돌려 보내지 않고 놔두면 눈 밝은 사람들이 사 가더라고요. 2016년 오픈 때 가져다놓은 게 최근에 팔리기도 했어요. 구매자와 책이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듯해서 신기해요."

구미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구미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책봄'. 김태진 기자

정말이지 난생처음 보는 출판사가 대다수였다. 무엇보다 소재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아이디어 창고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방안존불'(방탄소년단 안 파던 과거의 나 O나 불쌍하다)이라는 책은 BTS 팬들에게는 시집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았고, '작가덕질 아카이빙'이라는 책은 유명작가들을 논문으로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당한 깊이를 가진 '물건'이었다.

이런 책들이 하나하나 모여 독립출판물의 보고 '책봄'이란 이름을 알린 것이었다. 여러 색깔로 어우러진 구미의 동네책방 '책봄'은 매일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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