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5% 육박…'대출 중단' 가능성

가계대출 1위 KB 5%↑…집값·전셋값 급등 탓
영업지점별로 대출 한도 정해 가계대출 조이기

집값, 전셋값 급등에 가계대출이 몰린 시중 은행들이 연말까지 연쇄 대출 중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 은행에 내걸린 대출 안내판. 연합뉴스
집값, 전셋값 급등에 가계대출이 몰린 시중 은행들이 연말까지 연쇄 대출 중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 은행에 내걸린 대출 안내판. 연합뉴스

시중 은행들이 연말까지 대출 창구를 아예 닫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말까지 약 3개월 남았지만 주요 시중 은행들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정부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인 5%에 육박한 영향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7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천416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670조1천539억원) 대비 4.97% 증가했다. 연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5∼6%)의 하단까지 차올랐다.

가계대출 규모 1위 KB국민은행(5.06%) 경우 지난달 말 4.90% 이후 1주일 만에 0.16%포인트(p) 올라 5%를 넘어섰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5.09%(473조7천849억→497조8천958억원), 신용대출이 10.14%(117조5천13억→129조4천215억원) 불었다.

전세자금대출은 105조2천127억원에서 121조7천112억원으로 15.68%나 뛰었다.

은행들은 "집값·전셋값 급등에 대출 증가가 불가피했다. 금융당국 목표치에 맞추려면 연말까지 대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앞서 지난달 29일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의 한도를 일제히 크게 줄였다. 하지만 결국 증가율이 5%를 넘어서자 이달부터 아예 영업점별로 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다.

영업점별로 한 달 내 대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정해놓고,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월초라도 상관없이 해당 지점의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오는 15일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달부터 지점별로 월 5억∼수십억원의 대출 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촘촘한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조치다.

NH농협은행 경우 8월부터 전세대출을 비롯한 모든 가계 담보대출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고,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 등도 가계 대출 상품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했다.

지난 5일 출범한 토스뱅크의 경우 벌써 가계대출 잔액이 당국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최대 한도(5천억원)의 절반에 이르러 조만간 대출 문을 닫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이 강하게 가계대출을 줄이면, '풍선효과' 탓에 다른 은행들로 수요가 몰려 경쟁적으로 대출을 축소하다가 결국 가계대출을 모두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상황이 벌어직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시중 은행과 '대출 중단' 도미노를 막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총량 관리가 중요하지만, 특정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행권과 대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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