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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으로 소통" vs "저녁 있는 삶 뺏기나"…직장인 다른 생각

대구 백신 접종 완료자 57%…5인 이상 모임 제한서 제외
'위드 코로나' 분위기도 한 몫…직장마다 회식 재개 분위기
젊은 직장인들 "자기 계발과 가족과의 ‘워라밸’ 다시 깨질까 우려"

대구의 한 백화점에서 사람들이 거리 두기를 무시한 채 앉아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의 한 백화점에서 사람들이 거리 두기를 무시한 채 앉아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A(34) 씨는 약 5개월 만에 최근 부서 회식이 잡혔다. 지난 5월 초 하루 10명 이하로 떨어졌던 코로나19 확진자가 같은 달 22일 56명을 기록했고, 6월 3일에는 74명까지 치솟으면서 부서 회식은 사실상 금지됐던 터였다. 하지만 최근 부서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가 늘면서 부장이 다시 회식 약속을 잡았다.

A씨는 "부서 직원은 9명인데 이 가운데 5명이 백신을 2차까지 맞으니 부장이 다시 회식하자는 말을 꺼냈다"며 "그동안 데면데면해진 직원들 간에 얼굴을 익히자는 취지를 이해는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거나 나만의 시간을 가졌던 '저녁'이 없어질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직장마다 회식이 부활하자, '다시 저녁이 없는 삶으로 돌아간다'는 볼멘소리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여전히 확진자 수가 적지 않은 데다, 퇴근 후 자기 계발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워라밸'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대구시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대구의 1차 백신 접종자는 178만1천34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74.2%에 달한다. 2차 등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136만7천671명으로 인구 중 절반이 넘는 57%를 기록했다. 정부도 방역 속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위드 코로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 묶여 자제하던 회식이 재개되는 추세다. 접종 완료자는 모임 제한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부서별 모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연령층이 높을수록 백신을 먼저 맞은 경우가 많고, 이들은 부서장 등 직급이 높아서 직원들에게 회식을 권유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의 영업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B(31) 씨는 "코로나로 각종 모임이 줄면서 저녁에 운동을 시작했고 틈틈이 외국어 공부도 하고 있다"며 "업무 특성상 퇴근 후에도 거래처 사람들과 만날 일이 있는데 부서 회식까지 재개하려는 분위기여서 자기 계발 시간을 다시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회식에 익숙하지 않은 새내기 직장인에겐 회식이 낯설다. 무엇보다 아직 지역의 확진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들른 식당과 주점 등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입사 2년 차인 C(29) 씨는 "요즘도 확진자 많이 나오는데 아직 백신 접종 완료 전이라 걱정이 크다"며 "입사 후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익숙한 터라 긴장된다"고 했다.

실제 지난 6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1천42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종식 후에도 지금처럼 유지됐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조사한 결과, 20, 30대 응답자의 44.9%가 '회식이나 워크숍 자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반면, 관리직급에 있는 중장년들은 회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유통기업에서 팀장을 맡은 D(45) 씨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회사 내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코로나 이전처럼 자주는 힘들더라도 같은 부서원들끼리 얼굴을 익힐 수 있는 회식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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