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험천만한 질주' 자전거 사고 잦은 곳 가보니…

교차로 내달리다…주차차량 피하다 '쾅…경사진 곳 속도 빨라지며 위험
횡단보도서 끌지 않고 질주도…전조등 없이 심야운전도 문제
경찰 "처벌 근거 없어 단속 못해"

대구 북구 칠성시장은 인도가 복잡해 보행자와 자전거, 차량이 도로를 다니면서 혼잡한 상황이 연출된다. 윤정훈 기자
대구 북구 칠성시장은 인도가 복잡해 보행자와 자전거, 차량이 도로를 다니면서 혼잡한 상황이 연출된다. 윤정훈 기자
지하철 역사 주변은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세워둔 자전거와 보행자 등이 좁은 길에서 엇갈리는 등 통행 중 사고 위험이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해 1월 9일 오후 3시쯤 대구 서구 내당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 앞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자전거 운전자 A(74) 씨는 좌회전하며 아파트 단지 쪽으로 들어오던 화물차 측면에 부딪혔다. 횡단보도에선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하지만 A씨는 아파트 입구에서 횡단보도까지 내달렸다. 이 구간은 특히 경사가 가팔라 가속이 붙었고, A씨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9월 8일 오전 7시쯤 대구 북구 칠성시장네거리 교차로 안에서 자전거 운전자 B(70) 씨는 좌회전하던 승용차 측면을 들이받았다. 자전거가 좌회전을 할 땐 교차로 가장자리를 이용해야 하지만, 교차로 중앙을 가로지르다 사고가 났다.

대구의 자전거 사고 다발지역에선 대부분 차대차 사고로 측면충돌이 많다. 자전거 운전자 대부분은 고령인 데다, 도로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더해져 위험도가 높아진다. 지난해 자전거 사고 다발 구간을 살펴본 결과 ▷큰 길에서 주택가로 이어지는 교차로 ▷노상 적치물이나 주정차 차량 등으로 인한 혼잡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서구 내당동의 인도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행자가 차도로 다니고, 자전거도 차들을 피해 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정훈 기자
지하철 역사 주변은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세워둔 자전거와 보행자 등이 좁은 길에서 엇갈리는 등 통행 중 사고 위험이 있다. 윤정훈 기자

◆ 삼거리 교차로, 무심코 지나가다가

삼거리 교차로의 경우 인도에서 걸어오는 보행자와 차도의 차량을 동시에 주시해야 하므로 주의력이 분산된다. 자전거의 경우 인도와 차도 두 곳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 입장에선 대처가 더 어렵다.

지난 7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 유천동의 도시철도 진천역 인근 한 삼거리 교차로. 이 교차로 내 횡단보도에서 지난해 두 차례 자전거 사고가 발생했다. 이곳은 왕복 6차로와 4차로가 만나는 지점으로, 차량 통행은 물론 상가와 아파트 단지가 있어 자전거도 많이 지나다닌다.

이곳의 횡단보도는 폭이 넓고 길이가 길었지만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신호등마저 없었다. 자전거 운전자들은 자전거에 탄 채로 차량과 보행자 사이를 피하며 횡단보도를 가로질렀다.

달서구 상인역과 월배역 중간쯤 위치한 삼거리에서도 지난해 2건의 자전거 사고가 발생했다. 이곳은 경계석 일부가 낮아서, 대로와 골목을 드나드는 차량이 인도 위로 다닌다. 인도 위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마련돼 있지만, 차로로 자전거를 타는 운전자도 흔힐 볼 수 있다.

지난해 동구 아양초교 맞은편 아파트 단지 입구에선 자전거 사고가 3건 발생했다. 3건 모두 자전거 운전자들이 중상을 입었다. 이곳은 내리막길이 아파트 단지 안쪽부터 대로까지 형성돼 있다. 또 경사도 가파른 편이어서 자전거 통행 속도가 빠른 편이다. 주변에 조명이 어두워 밤이면 차량과 보행자를 바로 발견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주민 C(66) 씨는 "밤에 옷도 시커멓게 입고 차량등까지 켜지 않으면 정말 보이지 않는다"며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골목 쪽에서 자전저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온 적이 많다"고 했다.

북구 칠성시장은 인도가 복잡해 보행자와 자전거, 차량이 도로를 다니면서 혼잡한 상황이 연출된다. 윤정훈 기자
서구 내당동의 인도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행자가 차도로 다니고, 자전거도 차들을 피해 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정훈 기자

◆차·사람·자전거 구분 없이 통행하다가

보행자와 차량 통행이 한 차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자전거 사고 위험이 높다. 자전거 운전자들이 통행방향이나 신호체계를 따르지 않고 운전하는 경우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구 내당동의 아파트 단지 입구 앞 삼거리 교차로는 아파트 단지 쪽 골목에서 대로로 이어지는 구간의 경사가 심하다. 게다가 차도 양옆에 주차한 차들 때문에 이용 가능한 차도 폭은 더 좁아진다. 상가와 아파트를 드나드는 차량과 자전거, 보행자가 한 차도를 이용하게 된다. 인도가 있었지만 폭이 1m 남짓 좁은 데다, 주차한 차들이 인도 일부를 점령하고 있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북구 칠성시장의 경우 일대에 자전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인도와 차도는 노점상들이 쌓아 놓은 적치물과 주차된 차들로 북적인다. 이 때문에 차로 중앙으로 보행자와 자전거, 차량이 뒤섞여 통행했다.

이런 복잡한 도로 상황에 시내버스까지 다녀서 더욱 혼잡하다. 칠성시장네거리 인근 횡단보도에선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자전거는 교차로 가장자리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지만 교차로 중앙을 가로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 자전거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돼 있어서 범칙금은 물론 인적피해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탈 때 '차량'으로, 끌고 가면 '보행자'로 인정된다. 따라서 횡단보도를 건널 땐 자전거에서 내린 후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한다. 이를 어기면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위반으로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자전거에 대한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자전거 운전자 대부분은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또 같은 법에 자전거 운전자가 밤에 도로를 통행할 때 전조등과 후미등을 켜거나 야광띠 등 발광장치를 착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5월 13일부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에 대한 규제 강화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야간에 전조등·미등 등 등화장치를 작동하지 않아 단속에 걸린 PM 운전자는 1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자전거는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범칙금 부과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단속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구 칠성시장은 인도가 복잡해 보행자와 자전거, 차량이 도로를 다니면서 혼잡한 상황이 연출된다. 윤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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