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요즘 톡톡히 실감한다. 이슈에 숟가락 얹는 것이 정치인들의 종특인데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 드라마의 화제어를 정치판으로 소환했다. 10일 페이스북에 그는 "홍 선배님! 우리 깐부 아닌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정권 교체를 위한 원팀 정신 아래 이제 네거티브 그만 하자고 홍준표 의원에게 제의한 것이다.
'깐부'는 놀이 친구, 짝궁이라는 의미의 속어다.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할 때 어린이들이 쓰던 말인데 지역에 따라 깜보, 깜부 등으로 불리지만 어원은 명확지 않다. '오징어 게임'에서의 깐부를 살펴보자.(아래에는 '오징어 게임'의 결정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으니 드라마를 아직 안 본 독자분들은 유의하시기 바란다.)
1번 참가자 오일남(오영수 분)은 456번 참가자 성기훈(이정재 분)과 구슬치기 게임 한 조가 되자 "우린 이제 깐부"라고 말한다. 시한부 삶을 사는 치매 노인네에게 연민을 느낀 성기훈은 이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게임 룰이 이리도 비정할 수 없다. 구슬치기 놀이를 벌여 깐부를 탈락시켜야(죽음에 빠트려야) 하기 때문이다.
오일남은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사악한 캐릭터다. 오징어 게임의 설계자인 그는 게임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 정체를 속이고 게임에 참여하는 최악의 위선성을 보여준다. 나머지 455명 참가자들이 게임 대가로 목숨을 걸지만 오일남은 아무 위험도 떠안지 않는다. 게임에서 탈락하더라도 자신은 안 죽을 수 있게끔 농간을 미리 부려 놨다. 성기훈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 듯 행동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에게는 깐부도 체스 판의 말일 뿐이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현대사회의 이면을 지릴 정도로 섬뜩하게 묘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풍자와 비판이 너무도 예리해 가슴을 베일 것만 같다. 드라마에서 밑바닥 인생 참가자들은 CCTV 너머 VIP들의 향락과 관음증, 도박의 희생양인 줄도 모르고 목숨 건 게임을 벌인다. 상금은 사실상 참가자들 목숨을 담보로 잡은 악마의 머니다.
현실 세계를 보자. '오징어 게임'의 대척점에 있는 듯한 게임이 눈에 들어온다. '대장동 게이트'다. 기득권자들의 음습한 이권 잔치가 상상을 초월한다. 법조·정치·공직 '삼각 동맹'이 '이익 공동 깐부' 구조를 형성해 천문학적 돈을 챙겼다. 몇백억~몇천억 원씩인 돈벼락 배당 잔치였다. 아버지를 국회의원으로 둔 대리는 5년 9개월을 근무하고 50억 원을 퇴직금 등으로 받았다. 그래 놓고 자신은 "'오징어 게임' 속 말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수천억 원 배당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새롭게 창출된 부가가치도 아니다. 대장동 아파트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분양받은 무주택자들과 대대로 살아온 땅을 헐값에 강제 수용당한 대장동 원주민들의 피눈물이 스며든 돈이다. 반칙과 특권의 카르텔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 주며 이권을 챙기는 특권층들의 실태가 이번 대장동 게이트로 여실히 드러났다.
역사는 돌고 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 외적의 말발굽에 짓밟히기 전에는 기득권 세력의 탐욕과 부패가 나라를 좀먹고 있었다. 대장동 게임의 최종 설계자를 반드시 찾아내야 할 당위성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부당 이익 공동체, 검은돈 카르텔을 척결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차기 대통령은 이 일을 해낼 사람이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