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호사시험 '5년 응시 제한' 없앤다는데…오탈자 "우리는?"

일부 로스쿨 졸업생 개정안 반발…올해 1월까지 오탈자 1, 135명
법안 통과돼도 소급 적용 안 돼…"제도 희생양…구제방안 마련을
오탈자 "응시 기간 제한만 폐지…경쟁 더욱 치열해질 우려"

로스쿨 졸업생들이 국회 앞에서 응시 횟수와 기간을 제한한 변호사시험법의 개정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제공
로스쿨 졸업생들이 국회 앞에서 응시 횟수와 기간을 제한한 변호사시험법의 개정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제공

응시 기간과 횟수에 제한을 둔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의 응시 기준을 완화하려는 입법이 추진되는 가운데, 일부 로스쿨 졸업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로스쿨 졸업 후 응시 기간과 횟수를 '5년 내 5회'로 제한한 현 변호사시험법에서 '5년' 제한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 변호사시험법에서는 '변시 낭인' 방지를 위해 군 복무를 제외하고는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의 기회를 소진하면 더는 응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출산, 질병, 생계 곤란 등 불가피한 사유로 시험 준비가 어려운 수험생에게 가혹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일었다.

이번 개정안을 둘러싸고 응시 기회를 모두 소진한 이른바 '오탈자'(五脫者) 처지가 된 졸업생들은 자신들에 대한 구제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올해 1월 실시된 제10회 변시를 포함해 오탈자가 된 로스쿨 졸업생은 모두 1천135명에 달한다.

한 졸업생은 "개정안 발의는 환영할 일이지만, 이제 응시 기회가 없는 졸업생을 위한 구제 방안은 없는 불완전한 입법안이다"며 "요즘 졸업을 일부러 늦추는 로스쿨 재학생들이 많은 만큼,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수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5년 내 5회' 응시 제한 규정의 폐지를 위해 노력한 기존 오탈자들을 제도 개선의 혜택에서 배제한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졸업생은 "그간 헌법소원 청구 등 '평생 응시 금지조항' 폐지를 위해 힘쓴 오탈자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법안"이라며 "기존 오탈자들이야말로 로스쿨 제도의 희생양인 만큼 소급해 구제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로스쿨 졸업생들로 구성된 관련 단체들은 12일 성명을 내고 국회 앞 1인 시위 등 항의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등은 "로스쿨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인재들을 수천만원의 빚더미와 함께 실업자로 만드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라며 "응시 기간과 횟수 제한 규정을 삭제하거나, 적어도 모든 졸업생에게 응시 횟수를 처음부터 새로 적용하도록 하는 부칙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탈자'(五脫者)=로스쿨 석사학위를 취득 후 5년 내에 5회만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제도에서, 5번 응시기회를 소진하거나 잃은 수험생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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