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환수 프로의 골프 오디세이 '골프 내기의 유용성'

아마추어 골퍼들의 내기는 필드에서 긴박감과 긴장감을 얻을 수 있는 장치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내기는 필드에서 긴박감과 긴장감을 얻을 수 있는 장치이다.

스포츠 시합에서 승리하는 개인이나 팀에는 반드시 보상이 뒤따른다. 상금 형태로 주어지기도 하고 특정한 혜택이 쏟아질 수도 있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보상형태가 다르다. 아마추어는 금전적 혜택보다 자격 획득이나 챔피언 등으로 위상을 크게 격상시키는 쪽이며 프로는 상금으로 포상이 이뤄진다.

내기는 어디에 해당할까. 홀 별 타수 차이에 따라 금전이 오가는 시합은 프로게임에 가깝고 밥 내기, 술 내기. 캐디피 내기 등은 포상에 비견할 수 있다. 홀마다 짜릿한 긴장감을 유도하고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우열이 가려지는 게임은 홀별 매치플레이다. 스트로크 플레이는 최종 시합 결과를 두고 미리 약속된 사항을 실행하는데 용이하다.

일반의 윤리적 판단으로 재단할 때 내기 골프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연상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골프의 긴박감과 상호 대결 구도는 스포츠의 승자승 논리를 따르기 마련이며 이를 보상하는 장치가 내기를 통한 금전적 지불 방식이다. 가벼운 금액의 홀당 내기는 긴장감 속에 경기를 이어갈 수 있는 청량제로 작용할 요소가 다분히 크다.

자신의 연습량을 개량하고 측정한다는 명분으로 룰과 상관없는 멀리건 남발이나 연습볼 치기는 동반자나 게임의 긴장감을 크게 떨어뜨려 향후 개인의 스코어 개선에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

실전은 연습과 분명 차별되는 멘탈과 환경이 존재한다. 필드 경기는 스코어링 경기이다. 골퍼의 자세가 지저분하냐 아니면 매끄럽고 표준에 가까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코어링에서 자신의 실력이 어떻게 기록되느냐가 관건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좋은 자세를 선호하는 경향은 바람직하지만 스코어링 게임에서 점수는 실전의 목적을 명확하게 한다. 실전에서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은 좋은 골프 자세보다 월등하게 중요하다.

달리 얘기하면 좋은 골프 자세와 기량을 갈고닦는 것은 나쁜 자세에 비해 높은 스코어를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쁜 자세로도 이길 경우 승자의 위치가 더 돋보인다. 필자는 실전에서 연습처럼 설렁설렁 장난치듯, 연습하듯 하는 골퍼들을 가끔 만나곤 한다.

필자는 그런 골퍼들을 대하면 곧바로 적은 금액이나 술 내기, 밥 내기 등을 해 골프의 긴장감을 자연스레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리고 그들을 자세히 지켜보면 십중팔구 실전에 대한 긴장감으로 여지없이 토핑과 뒤땅성 스윙이 빈발하기 시작한다.

드라이버는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와 손목 힘으로 볼을 때려 비거리와 방향 모두 어이없는 결과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실수를 범한다.

필드는 실전의 전쟁터다. 골프 룰에 따라 시합을 진행하는 곳이 필드의 18홀이며 연습장이 아니라는 인식은 매우 중요한 골퍼의 자세다. 연습은 연습장과 파3, 혹은 스크린에서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까닭으로 필드에서 동반자와 펼치는 내기는 승자의 원칙에 따르는 스포츠 경기의 긴박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짜릿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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