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히트의 탄생

유승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럭키 하이타이 등 당시 사용했던 생필품들. 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
럭키 하이타이 등 당시 사용했던 생필품들. 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

지금은 확고한 브랜드로 자리잡은 한국의 대표 제품들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오랫동안 한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명맥을 이어온 브랜드의 역사를 좇다보면 어렵고 힘든 시절을 버티게 해주거나 불편한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제품이 만들어지고 사용됐는지 등 서민들의 생생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189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탄생한 25가지의 히트 제품과 브랜드를 소개했다. 당시 제품이 등장한 역사적 배경, 소비사회의 모습 및 변화 뿐 아니라 오래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시도, 경쟁 제품과 브랜드 마케팅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 등장하는 브랜드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하거나 불편한 점을 편리하게 바꾸는 한편, 삶을 좀더 풍요롭게 변화시키고자 했던 사회의 요구가 반영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불편한 살림살이를 편리하게 바꾼 '생필품 브랜드' ▷삶의 여유와 재미를 선사한 '주류와 제과 브랜드' ▷서민의 건강을 책임진 '의약 브랜드' ▷뛰어난 기술력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한 '하이테크 브랜드' 등 네가지 테마로 접근해 해당 분야를 대표할 만한 각 브랜드의 탄생과 활약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기업인 두산그룹은 전통 백분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컴팩트한 용기로 디자인된 '박가분'에서 출발했다. LG그룹 또한 전 국민에게 값싼 치약을 보급하고자 만든 '럭키치약'이 인기를 끌면서 시작되었다.

또한 일제의 억압에 대항해 기업 활동을 하면서도 독립운동에 힘쓴 '활명수'와 '유한양행', 파괴된 농촌을 살리고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분식장려 정책의 수혜를 받은 '삼양라면' 등은 격동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브랜드다.

미군 차량에서 나온 부품에서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기술로 만들어낸 첫 자동차 '시발', 작은 면도날이지만 혁신을 거듭해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도루코' 등 과거와 현재에도 여전히 한국을 대표할 만한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브랜드도 있다.

지은이는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 이름이 아니라 그 얼굴은 물론 의미와 경험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생명체나 다름없다"며 "급변하는 소비자의 욕구, 산업과 기술 환경에 따라 변화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정체된 브랜드가 돼 사라진다"고 밝히고 있다. 38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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