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정감이 갔다. '엄마들'. 누구에게나 가장 편안함을 주는 제목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인 내용은 제목처럼이나 억척같이 살았지만 남편도, 자식도 속속들이 모르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그림체는 단순하면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촌스러울 수 있다. 요즘 웹툰을 보면 화려하고 수려한 그림체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우리네 어머니 모습을 더욱 잘 담은 것 같다.
수시로 육두문자가 쏟아지는 한 아줌마. 다른 아줌마와 대판 싸우고 난 뒤 그녀의 굴곡진 삶과 사연들이 회상처럼 펼쳐진다.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회한 깊은 한마디와 함께.
이 책은 부모 주선으로 선을 봐 잘생긴 남편을 얻었지만, 남편 도박 빚만 갚다가 젊은 시절을 고스란히 보낸 엄마, 일터에서 용역업체 소장에게 해고 협박을 당하는 엄마, 남자친구를 두고 꽃집 여자와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엄마, 연하남과의 연애를 찌릿하게 즐기는 엄마 친구의 이야기를 그렸다.
TV 속 드라마에서나 단골로 보이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온다. 카바레에서 만난 남자들과 술판을 벌이고 연예하는 모습, 아줌마들이 모여 노래방에서 줄창 노래를 부르는 모습 등. 누구에게는 손가락질 받을 일이지만, 이 작품은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를 정당화시키지도 않는다. 그냥 한 사람의 여자로, 우리가 신경쓰지 않는 그들의 연예를 그리고 있다.
이 만화는 마영신 만화가의 작품이다. 탄생하게 된 배경 또한 신선하고 재밌다. 마영신은 작가의 말에서 이를 밝히고 있다.
작가는 엄마에게 노트와 펜을 선물하며 '아들이 잘되길 바란다면 엄마의 인생과 친구들, 연애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달라'고 했다.
엄마는 한 달도 안 돼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을 써서 줬다. 엄마의 글은 자기 인생의 고백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같았다. 작가는 엄마의 경험담을 큰 줄기로 삼아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어난 이 작품은 올해 미국 '하비상'의 최고 국제도서로 선정됐다. 2015년작이지만 이를 기념해 새로 선을 보인 것이다. 하비상은 미국 만화가 겸 편집자인 하비 커츠먼의 이름에서 따온 상이다. 1988년부터 시작된 만화계의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만화계 오스카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36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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