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열정으로 정치에 임하겠다고 했다. 후보 수락 연설 도입부에서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언급한 것 역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과 닮은 면이 없지 않다. 변호사 출신이란 점, 어린 시절 고생을 한 점에서 두 사람은 유사점이 있다. 이 후보의 격정적인 연설도 노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기득권 세력과 맞서 싸우는 '열정'과 '무모함'도 비슷하다.
특히 대장동 개발 의혹을 반박하면서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어록을 차용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보도한 ○○일보를 향해 "민주당 경선과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후보 시절 "○○일보와 ○○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한 것을 떠올리게 했다.
이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노 전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부동산 등 국정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한 문 대통령보다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로 가는 게 선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란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후보 언행을 살펴보면 노 전 대통령보다는 문 대통령을 더 닮았다. 이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개발이익 완전 국민환원제'는 물론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시행한 건설 원가·분양 원가 공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민 분노를 사고 있는 대장동 게이트를 제도 미비 탓으로 돌린 것이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조국 씨 딸의 입시 비리를 제도 탓으로 돌린 문 대통령과 유사하다.
이 후보의 견강부회(牽強附會)도 문 대통령과 동급 수준이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대장동 게이트를 '국민의힘 화천대유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 후보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게이트인 대장동 사태를 모범적인 공익환수사업이라고 강변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내세워 사태를 호도한 문 대통령 화법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장동 개발 의혹, 미친 집값 등 부동산 문제로 국민 분노를 유발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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