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전거 사고 가장 많은 대구, ‘자전거 도시’라 할 수 있나

대구의 자전거 사고율이 너무 높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인구 10만 명당 대구의 자전거 교통사고는 28.1건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전국 평균치(15.6건)를 크게 웃돌았다. 사고율이 전국 평균치보다 무려 80%나 높은 셈이니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 1990년대부터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며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벌여 온 대구인데 '자전거 사고 도시' 오명을 뒤집어쓸 판국이다.

사고율을 보면 대구가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대구는 전국 8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긴 자전거 도로(총연장 1천41㎞)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명실상부한 자전거 전용도로는 112㎞로 전체의 11.7%에 그치고 이 역시 대부분 금호강·신천변에 몰려 있다. 도심 내 자전거 도로는 이름만 그럴 뿐 비분리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다.

보도블록 색깔만 달라 자전거 도로인지 식별하기 어려운 데다 원통형 석재와 고무봉 등 차량 진입 방지 시설이 자전거 통행을 방해하기 일쑤다. 불법주차 차량과 노상 무단 적치물도 허다하고 노면 요철도 심하다. 시민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 대구에서 발생한 자전거 사고의 60%가 측면 충돌이라는 사실은 골목을 빠져나와 도로에 합류하다가 자동차와 부딪치거나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대구에서는 연평균 449.6건의 자전거 사고가 발생해 매년 평균 4.8명이 목숨을 잃었고 평균 473.4명이 다쳤다. 자전거 타기 겁나는 도시 환경인데도 대구시는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 자전거 출퇴근 챌린지에 이어 '함께 걷고 자전거 타자'는 시민 캠페인을 제안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시민 건강을 함양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무조건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기에 앞서 시민들이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 환경부터 구축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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