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⑤청송에서 강구까지, 색다른 코스 조합

산을 넘고 숲을 지나 계곡을 뚫고 바다까지 청송 자전거 길

경북 23선 자전거팀이 신성리한반도지형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북 23선 자전거팀이 신성리한반도지형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새벽 4시. 빗소리에 잠을 깬다. 청송 가는 길이 험하고 멀다. 유난히, 청송은 비와 얽힌 일진이 사납다. 그래도, 빗속을 뚫고 달리기로 결정했다. 다들 비옷을 단단히 챙긴다. 대한민국의 오지 BYC(봉화,영양, 청송)의 마지막 땅, "청송"으로 떠난다.

지난 2016년 12월 26일! 청송은 쌍전벽해의 땅이 되었다. 충남 당진~상주~청송~영덕을 잇는 고속도로가 뚫린것이다. 연이어, 2017년 5월! 청송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천혜의 자연 자원에 덧붙여 편리한 접근성이 길을 열고, 유네스코가 그 명성에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었다. 바야흐로 청송은 더이상 오지가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언제든 맘껏 즐기기만 하면 되는 "땡큐! 청송!"으로 거듭났다.

청송에서 영덕 강구까지
청송에서 영덕 강구까지

◆ 청송 강구 가는길 90Km, 천지갑산(천지갑산)에서 시작

천지갑산~백석탄계곡~신성계곡~자작나무숲~얼음골~옥계/하옥/상옥/산성계곡~강구항 해파랑 공원

청송의 자전거 길은 정말 여럿이다. 온통 산과 계곡이 지천에 널려 있어서 어디를 달려도 경탄이 저절로 나온다. 특정 몇 곳만을 단정 할수가 없다. 이번의 경북 23선 자전거팀은 거창하게, 안동의 끝자락인 길안면에서 시작하여 청송의 계곡으로 선을 잇고, 또 다른 명품 자작나무숲을 가로질러 동해안 해파랑이 반짝 빛나는 강구항까지 도합 90Km를 달려 보기로 한다.

경북 23선 자전거팀은 천지갑산 공원에서 출발을 했다.
경북 23선 자전거팀은 천지갑산 공원에서 출발을 했다.

산을 넘고 숲을 지나 계곡을 뚫고 바다까지 향하는 청송 자전거 길은 설렘 자체이다. 우리나라 자전거 코스중 몇 안되는 색다른 조합이다. 살풋 내리는 비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헬멧위로 비옷을 덮어쓰고 발에는 비닐 포대를 동여 묶고 페달질을 시작한다.

안동 길안면의 '만휴정'에서 약1Km 정도를 달리면 협곡이 나타난다. 해발462m 산세가 천지간의 으뜸이라는 '천지갑산'이 펼치는 계곡이다. 청송과 안동의 경계다. 안동 길안면과 청송 안덕면의 중턱이다. 자전거는 이곳 천지갑산 공원에서 출발한다. 자그마한 언덕을 넘어서면 곧장 백석탄 계곡가는 길이 늘어선다. 달리는 차들도 찾기 어렵다. 아래로 펼쳐지는 계곡은 굽이굽이 그림을 그리고 그 광경은 완연히 자전거 부대것이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길의 시작이다. 지질 지형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다하여 유네스코로 부터 인증된 세계자연유산이다. 제주도에 이어서 우리나라 두번째이다. 흰백색의 계곡 암석이 특이한 백석탄 포트홀을 지나서 자전거는 본격적인 자연탐방에 흠뻑 빠진다. 신성계곡이다. 공룡발자욱 공원을 지나서 냅따 계곡쪽으로 내리막을 신나게 쏘아 붙친다.

속도계는 시속 50Km를 훌쩍 넘는다. 특이한 형상을 자랑하는 "신성리 한반도지형"이다. 그런데 자칫,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상이다. 제대로 된 이정표도 안내푯말도 없다. 왜 이렇게 팽개쳐져 있는지 모를일이다. 150미터 정도 데크길을 오르면 양갈래 협곡사이로 펼쳐지는 한반도 지형이 쩍 하고 나타난다. 탄성이 나온다. 다들 인생샷 찍는다. 빗속에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다.

신성리한반도지형
신성리한반도지형

온 한반도를 오롯이 두눈에 가득 담는다. 우리나라의 한반도 지형으로 알려진 곳은 총 5곳이다. 이름높은 '영월 선암마을 한반도'를 필두로 하여, 충북 진천의 '초평호의 한반도', 옥천 향수백리길 가는길의 '둔주봉 한반도', 강원도 정선 동강 언저리의 '병방치 스카이워크'에서 보이는 한반도, 그리고 이곳 청송의 '신성리 계곡의 한반도지형'이다.

각기 삼면이 물길에 둘러싸인 한반도를 그려낸다. 또 달린다. 잠시 숨고르기를 한뒤 특이한 형상위에 세워진 정자앞 다리를 마주한다. "방호정"이다. 1619년, 조선시대 학자 조준도가 어머니를 기리며 만든 정자다. 오랜 퇴적암이 만든 절벽위의 정자가 한 학자의 효심과 어우러져 감동스럽다. 이제, 자전거는 약15Km 잔잔한 개울길을 동무하면서 들판길 청송을 마중한다. 또 다른 비경, 자작나무숲을 만나러 갈 참이다.

방호정
방호정

◆ 경상북도 두번째 부남면 일대 명품 자작나무숲

청송의 자작나무숲은 부남면 무포산 피나무재 일대에 펼쳐져 있다. 약 25,000평에 넓게 산재해 있다. 1996년 무렵부터 조성되어 튼실한 청년기에 접어든 숲의 향연이다.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숲에는 비할바가 못되지만 약10Km 임도길 속에 늘어선 흰백색 갈피의 사각사각댐은 잔잔한 빗방울에 섞여서 한편의 수채화를 휘갈긴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는 숲속에서 굵어진다. 땀인지 빗물인지 점차 흐릿해져 간다.

하지만, 오히려 온몸이 청량해짐을 느낀다. 핸들바를 잡은 두손에는 세찬 힘이 꽉 들어가고 질퍽한 산길의 요동은 긴장감을 한껏 부추긴다. 얼마나 달렸을까? 청송 얼음골로 연결되는 임도길과 연결된다. 세계 아이스 클라이밍 대회장을 지나서 얼음골 폭포앞에 선다. "이것이 청송 계곡이다!". 계곡은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다. 폭포를 뒷 배경으로 자전거를 세우기도 들기도 올라타기도 하면서 증거샷을 남기기에 분주하다. 어느새 시간은 점심 시간을 훌쩍 지났다. 어딘가에서 연신 고동 소리가 들린다.

달기 백숙과는 또 다른 옥계계곡의 백숙으로 뱃속 허기를 달래려 한다. 달기약수물 백숙은 진한 육수가 깊은 맛을 주지만, 이곳 옥계계곡의 백숙은 오히려 맑다. 뒷맛이 깔끔하다. 또 다른 맛이다. 시원한 수박을 입가심으로 베어문다. 달싹한 봉지커피 한잔의 구수함도 곁들인다. 툭 불거진 배를 두드리니 인생만사 행복이다. 게다가, 오전내내 흩뿌리던 빗님도 이젠 아듀다.

백석탄 계곡
백석탄 계곡

짙은 구름이 사라지고 햇살이 기웃기웃댄다. 이제부터 슬슬 청송의 계곡을 즐길참이다. 옥계계곡, 하옥계곡에 이르자 연이어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곳은 포항 죽장면과도 이웃한다. 안동, 청송, 포항땅을 넘나든다. 즐비한 캠핑족들 사이를 지나 약2키로 정도 오르막을 오르면 상옥계곡으로 들어 설수도 있다. 양사방 온통 계곡들의 물소리가 대형 오케스트라를 이룬다.

청송 계곡의 매력은 무엇일까? 사실, 경상북도의 땅을 달리며 수없는 계곡길을 만나지만 청송 계곡은 그중 엄지척이다. 계곡은 바로 옆이다. 언제든 어느곳이든 손 닿을수 있다. 기암괴석의 용틀임이 순간순간 경이로움을 준다. 물살도 깊고 쎄다. 세계지질공원의 명성에 걸맞다. 멀발치의 계곡이 아니다. "이곳이 청송 계곡이다!".

때마침, 길가에 맛깔스런 복숭아가 유혹한다. 맘씨 후덕한 자전거 일행이 덜컥 복숭아를 한박스 쏘겠다 한다. 복숭아의 상큼한 향기가 한껏 침샘을 자극한다. 입도 녹고 눈도 녹고 몸짓도 스물스물 녹는다. 그렇게 모두들 청송 계곡섶에서 한참을 쉬었다.

경북 23선 자전거팀은 자작나무숲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북 23선 자전거팀은 자작나무숲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제는 동해로 향한다. 계곡에서 바다로 간다.

감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첩첩산중의 청송이 바다길과 동행할수 있으리라고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 유별한데, 청송은 산도 물도 한꺼번에 즐긴다. 계곡의 작은 물도 동해의 큰 물도 함께다. 청송의 마지막 계곡, 산성계곡을 지나면 동해로 향하는 이정표가 또렷이 나온다. 삼사해상공원을 갈수도 있고, 강구항으로 나갈수도 있다. 불과, 15Km 남짓이다.

논밭길의 풍요를 은근히 즐기며 페달질을 하다보면 어느새 재를 훌쩍 지난다. 이제부터 강구항까지는 일직선으로 계속 내리막이다. 시원한 툭터임이 한껏 반긴다. 강구항을 상징하는 대게다리가 유난히 돋보인다. 시끌시끌한 사람들과 차들이 뒤섞여 사람내음이 강하게 풍긴다. 강구항 회타운으로 줄지어선 차량의 행렬이 끝이없다. 자전거는 그 밀림속을 유유자적하며 빠져 나간다. "이게 자전거다" 외치며!

청송 얼음골 폭포○
청송 얼음골 폭포○

◆길고 길었던 90Km의 청송 라이딩, 길게 드리운 감흥

이른 아침7시, 안동땅에서 빗속을 출발한 자전거는 청송을 꿰뚫고 포항을 스쳐서 이곳 동해안 강구항까지 왔다. 도합 6개의 계곡을 누비면서 무포산 자작나무숲도 거쳤다. 한편의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그 서사시는 이곳, 강구항 해파랑공원의 광활함속에 짙은 추억과 감흥으로 새겨질 터이다. 어둑해지자 여름비가 또 흩뿌리기 시작한다. 그 긴여름의 청송은 우리들의 여운에 길게 남아있다. 이제, 자전거는 낙동정맥의 배꼽 문경땅 이화령으로 간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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