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등이 잇따라 켜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전력난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과 각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부채 급증과 부실 확대 등 위험요인이 급부상하는 탓이다.
최악의 경우엔 세계 경제가 여러 악재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위기에 빠지는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끝없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얼어붙은 글로벌 공급망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에너지 대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었던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기미를 보이자 급락했던 주요 에너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 오른 배럴당 80.52달러로 마감했다.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80달러를 넘어섰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장저우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석탄 선물은 전날(11일) 1t당 1408.20위안(약 26만원)으로 11.6%나 상승해 최고치를 달성했다.
에너지 대란으로 대규모 전력난에 시달리는 중국은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부품, 스마트폰 부품 등의 글로벌 공급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이다.
최근 중국 산시(山西)성에서 발생한 폭우와 산사태로 탄광의 석탄 생산이 중단되고, 인도의 전력난 우려까지 가세했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와 전기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공급망 위기로 세계 경제가 회복 경로를 이탈하는 퍼펙트 스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원자재와 에너지발 물가 상승에 따른 생산과 소비 위축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더해져 경제 성장세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9%로 3개월 만에 0.1%p 하향 조정한다고 12일 발표했다. 그러나 내년 전망치는 4.9%를 유지했다.
IMF는 올해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5.2%로 낮췄는데 미국(7.0%→6.0%), 독일(3.6%→3.2%), 일본(2.8%→2.4%) 등의 하향 조정폭이 컸다. 미국과 독일은 공급망 차질,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을 회복세 둔화 요인으로 지목했다. IMF는 중국 성장률 전망치는 8.0%로 0.1%p 내렸다.
◆회복세 유지할 수 있을까…국내엔 어떤 영향이?
한국도 글로벌 경기 악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3주 연속 올랐다. 10월 첫째 주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천654.4원으로 전주보다 8.7원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9월(2.5%)까지 6개월째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서비스,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집세 등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면서비스업 부진으로 회복세가 둔화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되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외 증시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더해지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가격도 약세다.
한국은행은 대내외 경제 불안에 따라 12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지만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위해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미국에서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하고, 헝다 그룹 사태 등에 따라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금융 부문의 퍼펙트 스톰 대비를 주문했다.
정 원장은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을 거론하며 "상호연계성과 상승작용으로 인해 파급력이 증폭하는 퍼펙트 스톰이 생길 수 있으므로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IMF는 미국 등 주요 국가와 달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4.3%)는 유지했다. 정부(4.2%)와 한은(4.0%)의 전망치보다 높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확대, 견조한 수출 증가세, 추경 효과 등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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